▲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 앞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무소속 의원(전북 전주시을)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무기명투표로 '국회의원 이상직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255명 중 찬성 206명, 반대 38명, 기권 11명으로 가결시켰다. 찬성률은 80.8%다.
 
여야 정치권은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이 탈당한 더불어민주당은 "이 의원 혐의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이 의원 사퇴를 촉구하며 "이 의원을 공천한 민주당은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이 의원은 표결에 앞서 신상발언을 통해 "오늘 체포동의안 부결을 통해 입법부의 권위와 자부심을 살려 검찰의 오만한 수사권 남용을 준엄히 질책하고 경종을 울려주기 바란다"며 "더 이상 우리 국회를 검찰의 놀이터가 안되도록 만들어주길 간절히 부탁한다"고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구속되려면 도주하거나 증거 인멸 우려가 있어야 하는데 검찰조사에 임한 제가 무엇 때문에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를 시도하겠느냐"며 "검찰은 수사 초기에 나에 대해 악의적인 선입견을 전제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배임, 횡령으로 회사를 도산에 이르게 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고 피의사실을 공표하며 악의적인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사태를 부른 경영 악화와 관련해서는 "제주항공은 2020년 1월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을 핑계로 이스타항공의 전면적인 운항 중단, 임직원의 구조조정, 직원들의 체불 임금을 정당화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면서 제주항공 인수합병 실패로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오늘 이 시간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동료 의원들이 있는 국회 본청 안에서 본 의원이 검찰로부터 당하는 참을 수 없는 치욕과 수모를 동료의원 여러분 또한 언제라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낸 친문 인사인 이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전북 전주을에서 당선됐다. 이후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사태 책임자로 지목돼 당 윤리감찰단 조사를 받게 되자 자진탈당했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지난해 10월29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민주당 정정순 의원 이후 6개월 만으로 헌정사상 역대 열다섯 번째 사례다.
 
앞서 전주지검은 지난 9일 이 의원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횡령), 업무상 횡령,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의원은 2015년 12월께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 약 520만 주(시가 540억 원 상당)를 그룹 내 특정 계열사에 약 100억여 원에 저가 매도함으로써 계열사들에 430억여 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 채권 가치를 임의로 상향하거나 하향 평가하고 채무를 조기에 상환하는 방법으로 계열사에 6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이 의원은 신상발언 뒤 본회의장을 서둘러 빠져나갔다. 그는 횡령 혐의 중 1억 원이 넘는 회사 자금을 들여 딸에게 포르쉐 자동차를 리스해 사용하게 한 부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대표이사에게 가용한 업무상 리스 차량이다. 보도 똑바로 하라"며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전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친서에서 "교통사고에 대해 극심한 두려움을 가진 딸아이가 주변 사람들이 사고를 당해도 비교적 안전한 차라고 추천한 기본 구입가격 9,900여만 원 상당의 외제차를 할부로 리스해서 회사업무용 차량으로 사용해 왔다"며 "어느 날 이 차량은 회사공금을 빼내 불법적으로 구입한 호화차량으로 둔갑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다"고 해 황당한 해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의원을 재선 의원으로 만들어 준 민주당은 한준호 원내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은 민주당의 불공정에 대한 엄중한 질책과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당은 이어 "이 의원의 횡령·배임 혐의의 진위여부를 떠나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피눈물 나는 고통과 희생이 있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을 대변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당과 소속 국회의원의 공정 기준과 잣대를 한층 더 엄격하게 세워갈 것"이라고 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데 대해 "사필귀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임금체불과 방만 경영,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죄를 짓고도 반성과 사죄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던 이상직 의원이었다"며 "600여 명의 해고근로자들이 생계의 위협에 놓인 상황에서, 자신의 딸에게는 회사자금으로 고급 스포츠카를 사주며 '딸의 안전을 위해 한 일'이라는 상식의 선을 넘는 황당한 해명으로 국민을 우롱했다"고 비판했다.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이 의원이 전날 동료 의원들에게 친서를 보내 억울함을 호소한 데 대해서도 "내로남불"이라고 직격했다. 
 
김 대변인은 "의원들에게 친서를 보내 구속영장 청구가 부당하다며 되레 목소리를 높였으니 이 의원은 민주당판 내로남불, 후안무치의 전형이자 축소판의 또다른 이름으로 등극했다"며 "오늘 이 의원에 체포동의안 처리는 민주당 전체에 대한 엄중한 경고장이자 심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임기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 여당 출신 국회의원만 벌써 2명의 체포동의안이 처리됐다"며 "민주당은 잘못된 공천과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범법행위에 대해 부끄러운 줄 알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여전히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정정순 의원과 오늘 체포동의안이 처리된 이상직 의원은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고 법의 심판대에 올라야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들을 기만한 이 의원에게 법과 원칙에 따른 준엄한 심판을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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