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경석 원장
딸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때 거울 사랑은 대단했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2층 자기 방 화장실에 가서 거울 한 번 보고, 옷 입으면서 거울 보고, 1층에 내려와 화장실 거울 보고, 차에 타선 백미러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학교에 내려주면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참 동안 백미러를 보고 들어갔다. 내가 없을 때 학교 안에서, 또 자기 방에서는 얼마나 더 자주 거울을 봤을지 상상이 갔다.
 
주변 사람들에게 딸의 거울 타령을 말했더니 그다음은 옷 타령이고, 그다음은 돈타령이라고 했다. 그때는 내 지갑에서 돈 탈영이 일어날 거라고 웃어넘겼다. 그 시기에 미몽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미에 대한 잘못된 관념이 자리 잡히는 것은 큰 문제다. 
 
대표적인 속옷 메이커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최근 브래지어와 팬티만 걸친 쭉쭉빵빵 모델을 내세워 ‘완벽한 몸매(perfect body)’란 타이틀로 광고해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돈독 오른 회사에서 벌이는 그런 광고가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많은 소비자, 특히 청소년들에게 예쁘고 날씬한 몸이 반드시 건강하다는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주는 건 문제가 있다.
 
많은 여학생들이 잡지나 매스컴에서 나오는 모델을 삶의 롤 모델로 삼고, 정작 본인은 저체중인데도 살이 쪘다고 착각해 지나치게 다이어트를 하거나 심한 경우 거식증에 시달린다. 그러다 마음대로 몸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대인기피증까지 보이기도 한다.
 
건강은 눈에 보이는 살가죽 때깔과 보디라인만으로는 알 수 없다. 몸매 관리에 엄격한 광고 모델들이 불면증, 우울증, 치질, 변비, 생리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고 중년이 되어 각종 갱년기 병을 앓을 위험도 높다. 현실적으로는 저런 예쁜 속옷에 목을 매본들 옷걸이 차이가 심해서 입어봐야 괜히 자존심만 상하고 그나마 봐주는 이도 머리숱 빠지고 배 나온 남편이나 어리버리한 남친뿐이다. 성질 죽이고 야식 줄이면 심신이 건강한 진짜 미인이 된다,
 
또 외모라는 주제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한국의 성형 열풍이다.
 
한국 사회를 보면 키 작고 못생긴 사람은 멸종한 듯싶다. 성형은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동창회에서 친구가 못 알아보고, 성형 후 부모를 닮지 않은 아이들은 낙담하고, 이목구비를 보고 진단하는 한의사나 관상가들은 난감해진다.
 
인간 사회가 아름다운 이유는 심신의 모양새가 다른 사람들이 다양하게 어울려 살기 때문이다. 얼굴은 얼(정신 또는 영혼)이 담겨 있는 꼴(그릇)이란 뜻이다. 그래서 아무리 째고 깎고 돌리고 뒤집고 높여도 내면의 아름다움이 드러나지 않으면 영혼 없는 마네킹과 다를 바 없다. 
 
성형으로 꼴값 떨지 말고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내면의 꼴값을 떨어보자!
 
비포, 애프터 사진에 현혹되지 말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키우자. 생긴 대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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