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 "고향에 계신 부모 형제 동포여! 더 살고 싶은 것이 인정입니다. 그러나 죽음을 택해야 할 오직 한 번의 가장 좋은 기회를 포착했습니다. 백 년을 살기보다 조국의 영광을 지키는 이 기회를 택했습니다. 안녕히, 안녕히 들 계십시오." 
 
1932년 4월 29일 모두가 숨죽였던 그날. 일본의 국가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중국 상하이 홍구공원 연단 위로 물통 폭탄 하나가 날아든다. 일본 천황의 생일이자 그들이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제1차 상하이 사변의 전승기념행사가 열리는 중이었다. 
 
당시 나이 25세, 청년 윤봉길의 홍구공원 의거는 '중국 100만 군대가 하지 못한 일을 한국의 한 청년이 해냈다'는 평을 받았지만 윤 의사는 '조국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던졌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윤봉길 의사의 답은 조국이었다.
 
당신의 바닥짐(Your ballast)
 
유명한 맨발의 인도 전도자 '선다 싱(Sundar Singh)'이 히말라야 산길을 걷다가 동행자를 만나서 같이 가는 도중에 눈 위에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하였다. 
 
'선다 싱'이 제안을 하였다.
“여기에 있으면 이 사람은 죽으니, 함께 업고 갑시다.” 
 
그 말에 동행자는 이렇게 대꾸하였다. 
“안타깝지만 이 사람을 데려가면 우리도 살기 힘들어요.” 
 
동행자는 그냥 가버렸다. '선다 싱'은 하는 수 없이 노인을 등에 업고 얼마쯤 가다 길에 죽은 사람을 발견하였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먼저 떠난 동행자였다. 
 
'선다 싱'은 죽을 힘을 다해 눈보라 속을 걷다 보니 등에서는 땀이 났다. 두 사람의 체온이 더해져서 매서운 추위도 견뎌낼 수가 있었다. 
 
결국 '선다 싱'과 노인은 무사히 살아 남았고, 혼자 살겠다고 떠난 사람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사람을 가리키는 한자  '人'은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맞댄 형상이다. 나와 등을 맞댄 사람을 내치면 나도 넘어진다는 것이 人의 이치이다. 그렇게 서로의 등을 기대고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사람살이이다. 
 
히말라야의 동행자는 그것을 잊고 행동하다 자신의 생명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훗날 어떤 이가 '선다 싱'에게 물었다.
“인생에서 가장 위험할 때가 언제입니까?”
 
'선다 싱'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내가 지고 가야 할 짐이 없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위험할 때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짐이 가벼워지기를 바라지만 그때가 위험하다는 것이 '선다 싱'의 일침이다. 
 
먼 바다를 떠나는 선박도 항해를 시작하기 전 배의 밑바닥에 물을 가득 채운다. 배의 전복을 막기 위해 채우는 바닥짐(ballast)이다. 우리 인생 역시 마찬가지이다.
 
TV에서 할머니 혼자서 손자를 키우는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아들 내외가 이혼을 하고 손자를 맡기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이웃 사람들은 안쓰러운 모습에 혀를 찼다. 
 
할머니는 주위 시선에 개의치 않고 아침부터 식당 일을 하며 '저 애가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사는가?'라는 마음으로 손자를 키웠다.
 
손자에게 할머니가 목발이었다면 할머니에게 손자는 삶을 지탱하는 바닥짐이었다.
 
나와 등을 맞댄 그 사람 덕분에 내가 넘어지지 않을 수 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가 삶의 항해를 지켜 주는 바닥짐이다.
 
장년의 12도(나를 돌아보는 12道) 
 
第1道-언도(言道)
나이가 들면 말의 수(數)는 줄이고 소리는 낮추어야 한다.
 
第2道-행도(行道)
나이 들면 행동(行動)을 느리게 하되 행실(行實)은 신중(愼重)해야 한다.
 
第3道-금도(禁道)
나이 들면 탐욕(貪慾)을 금(禁)하라. 욕심(慾心)이 크면 사람이 작아 보인다.
 
第4道-식도(食道)
나이가 들면 먹는 것이 중요하다. 가려서 잘 먹어야 한다.
 
第5道-법도(法道)
삶에 규모(規模)를 갖추는 것이풍요(豊饒)로운 삶보다 진실(眞實)하다.
 
第6道-예도(禮道)
나이든 사람도 젊은이에게 갖추어야 할 예절(禮節)이 있다. 대접(待接)만 받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7道-낙도(樂道)
삶을 즐기는 것은 욕망(慾望)을 채우는 것에 있지 않다. 간결(簡潔)한 삶에 낙(樂)이 있다.
 
第8道-절도(節道)
나이 듦이 아름다움을 잃는 것은 아니다. 절제(節制)하는 삶에 아름다움이 있다.
 
第9道-심도(心道)
인생(人生)의 결실(結實)은 마음가짐에서 나타난다. 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넓어 보인다.
 
第10道-인도(忍道)
나이가 들어가면 인내(忍耐)가 필요(必要)하다. 참지 못하면 망령(妄靈)이 된다.
 
第11道-학도(學道)
연륜이 쌓이면 경험(經驗)이 풍부하고 터득한 것이 많다. 그러나 배울 것은 더 많다.
 
第12道-기도(棄道)
손에 잡고 있던 것들을 언제 놓아야 하는지. 이것이 나이 들며 배워야 할 마지막 도(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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