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아이오브사이언스)
[정재원 기자] 극한의 환경에서도 생존이 가능하고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흡수해 지구에서 가장 질긴 생명체로 불리는 1㎜ 크기의 ‘물곰’(Water Bear) 5천여 마리가 다음 달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출발한다.
 
28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6월 3일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물곰을 비롯한 과학실험용 생물과 장비를 실어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물속을 헤엄치는 곰처럼 생겨 '물곰'이라고 불리는 '타르디그라도'는 몸길이가 최대 1.5㎜를 넘지 않지만 초고온과 초저온, 건조, 진공상태에서도 죽지 않으며 강한 방사능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실제로 영하 80도에서 10년간 냉동된 뒤에도 해동 후 20분 만에 다시 움직일 정도로 믿기 힘든 생명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15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C)의 연구팀은 물곰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17.5%(약 6,000개)에 달하는 유전자를 다른 생명체로부터 가로챘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 있다. 
 
대부분 동물의 경우 1% 미만의 유전자가 다른 생물로부터 유래했으며, 가장 많은 외래유전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던 담륜충도 물곰의 절반도 안 되는 8%였다. 
 
당시 UNC의 밥 골드스타인 교수는 "동물이 진화과정에서 외래유전자를 획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큰 비중의 외래유전자를 흡수할 수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물곰의 외래유전자는 다른 박테리아와 식물, 곰팡이류, 고세균류 등에서 유래했다. 물곰의 유전자는 극한의 환경에 노출되면 작은 조각으로 나뉘며, 자체적으로 유전자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다른 생물의 유전자 조각과 함께 누벼지면서 외래생물의 유전자를 흡수하게 된다. 
 
완보(緩步·느린 걸음) 동물에 속하는 물곰은 남극의 혹독한 추위와 300도에 달하는 열, 우주 방사능을 견뎌내고 생존하는 능력을 보여준 동물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1천200종에 달하며 산꼭대기에서 깊은 바다, 남극의 얼음 속까지 지구 곳곳에서 살고 있다.
 
NASA는 이러한 물곰의 강인한 생명력을 활용해 인간이 우주에서 직면하는 환경적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안을 연구한다는 구상이다.
 
물곰이 우주 방사능에 노출되는 무중력 환경에서 어떤 유전자를 작동시켜 적응하고 생존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인류의 우주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겠다는 것이다.
 
CNN방송은 “예를 들어 물곰이 우주 방사능에 맞서 많은 항산화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이것은 우주비행사들이 항산화 물질을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는 점을 연구자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고 전했다.
 
NASA는 물곰뿐만 아니라 야광 능력을 갖춘 3㎜ 크기의 새끼 짧은꼬리오징어 128마리도 우주정거장에 보낸다. 이 오징어는 몸 안에 발광 박테리아가 서식할 수 있는 특별한 기관이 있어 어둠 속에서도 빛을 낼 수 있다.
 
NASA는 오징어의 이런 능력을 활용해 우주정거장의 미세중력 환경이 동물과 미생물 간 상호 작용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인간과 유사한 면역체계를 가진 오징어가 우주에서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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