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대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말에 한 블로거는 아래와 같이 썼다. 
 
"난자가 경쟁을 통해 배란이 될 한 마리를 선택한 것이나 정자들의 마지막 순간, 난자의 선택을 받는 한 마리가 정해지는 것이다. 모두 공정한 기회와 경쟁의 결과"라며 "수많은 정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어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게 하는 것, 그리고 가장 적절한 정자를 선택하고는 다른 정자들의 접근을 막아버리는 난자의 결단력, 이런 것들이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는 원리라고 했다. 생명 탄생, 그 자체가 '공정'이란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보수 정당과 그 지지층은 정권 변화에 둔감하고 새로운 선택을 두려워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 보수 정당에서 30대 당대표가 나왔다.
 
그 이유는 대선후보 윤석열의 등장도 그랬듯이 '당대표 이준석' 역시 문재인 정권 4년 '배반의 공정'이 불러낸 결과이다. 여기에 2030의 공정에 대한 분노,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또 이준석은 이번 국힘의 당대표 선거를 통해  정치적 아포리즘도 보여줬다. 그는 보수 본산인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당당하게 “정치권에 영입해 주신 고마운 분이다. 그러나 탄핵은 정당했다”고 했다. 그렇게 그는 '헌정 사상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당대표가 됐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 
 
대중가요의 후렴구를 개사한 수락 연설, 백팩 차림에 따릉이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첫 출근길 등 30대 제1야당 당수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화젯거리다. 이 대표는 14일 오전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시작하는 관례를 뒤로 하고 천안함 피격 사건과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 마린온 순직자들이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그 이유에 대해 "동작구 현충원에 계신 유공자들과 전직 대통령을 뵙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서해 바다를 지키다가 사망한 희생자들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대전 현충원에 계신 분들도 동등하게 예우하고 챙기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 보수정당 대표로서 사과의 눈물을 흘렸다.
 
참배를 마친 이 대표는 곧장 광주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있는 광주동구청으로 향했다. 당은 당초 이 대표의 분향소 방문 일정을 16일쯤으로 계획했는데, 이를 보고 받은 이 대표가 일정을 앞당길 것을 지시하며 이날 조문이 성사됐다. 특히 보수정당 대표가 공식 업무 개시일에 광주로 향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파격 행보이자 당의 서진정책을 적극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이준석의 이같은 짧은 행보를 보면서 이준석 답다'라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에게 다수의 보수가 주문하는 것은 하나다. 윤석열과의 조합이다. 1 더하기 1'이 '1'이 되는 것,  이준석 바람과  윤석열 바람'이 합쳐 ‘별의 순간’을 만드는 것이다. 
 
바로 아홉을 잘하다 하나를 잘못하기 보다 아홉을 잘 못하더라도 하나를 잘하는 '윤석열 영입 조율사'로서의 멋진 역할을 해내는 '리더 이준석'이 돼야 한다.
 
새 술을 새 부대에 잘 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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