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심일보 대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 역할을 하던 이동훈 대변인이 역할을 맡은 지 10일 만에 돌연 사퇴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윤 전 총장과 이 대변인 사이에 메시지가 다르게 나오는 등 혼선을 빚은 직후 '내부 균열'이 발생했고  윤 전 총장이 이 대변인을 사실상 경질한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 전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통해 "건강 등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상록 대변인이 메시지를 내고 "윤 전 총장은 18일 저녁 두 대변인을 만나 앞으로 국민 앞에 더 겸허하게 잘하자면서 격려했다"면서 "하지만 이 전 대변인은 19일 오후 건강 등의 사유로 더 이상 대변인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자 윤 전 총장은 아쉬운 마음으로 이를 수용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자신이 대변인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변인이라는 막중함과 불과 열흘 만에 사퇴에 대한 대한 이유(?)로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이동훈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측 캠프에 합류해 윤 전 총장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이전까지 측근을 통한 다수의 입장이 나오면서 윤 전 총장의 메시지가 왜곡 과장되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자 윤 전 총장 측은 이동훈-이상록 대변인 체제로 공보 채널을 정리했다. 이 전 대변인 역시 "앞으로 원보이스로만 나올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지난 18일 윤 전 총장의 입당과 관련해 이 전 대변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입당은 당연한 걸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질문에 "네 그러셔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해당 인터뷰가 나온 직후 입당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 대변인은 "입당 여부는 (민심 투어) 이후 판단할 문제"라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이어 당일 오후 윤 전 총장이 직접 KBS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8일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 "손해 보더라도 천천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이 대변인에게 메시지 혼선 수습을 맡기지 않고 자신이 직접 정리하면서 이 대변인이 난처한 입장에 놓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밤 KBS와의 통화에서 "정치 참여 선언 날짜도, 장소도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이젠 나서기로 했다"면서  "손해를 보더라도 천천히 결정하겠다"고 이 전 대변인의 메시지를 모두 부정했다. 
 
이 전 대변인이 '건강' 등을 사퇴의 이유로 밝혔지만 사실상은 윤 전 총장이 언론과의 소통 과정에서 발생한 잇단 잡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경질한 것으로 보는 해석이 많다. 또 국민의힘 입당 등을 놓고 캠프 내부 균열이 표면화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 전 대변인은 윤 전 총장 메시지 '배달사고' 외에도 기자들과의 단체 채팅방에서 기자들에게 '후배'라 칭하거나 특정 매체를 일방적으로 간사로 지정하면서 언론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또  '윤석열 X파일'이 보수진영으로부터 나와 '윤 전 총장이 도덕성 검증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윤석열 불가론'이 제기됐지만 공보 채널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보수진영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의 X파일을 확보했다.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다"고 적었다. 
 
이 전 대변인 사퇴로 이상록 대변인이 향후 메시지 관리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캠프 운영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오는 27일 정치선언과 이후 민심투어 일정 등 빅 이벤트가 예정돼 있는데 5명 안팎으로 꾸려진 캠프로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작 문제는 이같은 '불협 파음'을 보는 보수층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보듬고 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날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소장이 "아군진영에 수류탄을 던졌다"며 이른바 '윤석열 X파일' 입수 경위 등 모든 내용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석열의 대선출마선언이 임박한 어제 야권 중심인물인 장성철 소장으로부터 '윤석열 X파일을 봤다. 방어하기 힘들겠다'라는 메시지가 세상으로 나왔다"며 "아군 진영에서 수류탄이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는 "단순히 '봤다'가 아니라 '방어하기 힘들겠다', '윤석열은 끝났다'라는 의미로 '윤석열로는 어렵다'는 주장이 장성철 소장의 의도다"고 판단했다.
 
이어 "송영길 대표가 장치공작 부담을 안고 터뜨렸지만 무위로 그친 일을 야권 내부에서 훌륭하게 처리했기에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당연히 환호작약이다"고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장성철 소장의 언급에 "당내 일부에서 윤석열을 견제하던 분들의 반응이야 뻔하다"며 이전투구가 시작된 건 아닌지 우려했다.
 
사실을 조작해 상대편을 중상모략하고 내부를 교란시키기 위해 하는 흑색선전(黑色宣傳), 바로 마타도어가 판치는 곳이 대선판이다.
우리 속담에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그 가랑비를 맞지 않게 우산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할 때다. 
 
윤 전 총장이 채근담의 다음 글귀를 되새김질 했으면 싶다.
 
"나는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만족한다. 눈앞의 모든 일을 만족한 줄로 알고 보면 그것이 곧 선경(仙境)이요, 만족할 줄을 모르면 그것이 곧 속세이다. 세상에 나타나는 모든 원인을 잘 쓰면 생기(生機)가 되고 잘못 쓰면 살기(殺機)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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