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청년층이 주식이나 암호화폐에 빚을 내서 많이 투자하고 있으나 금리 인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미 상투(고점)를 잡았을 수 있고 원리금 상환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이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저금리 기조 속에서 대출 규모를 늘려 투자해온 청년층이 금리 인상시 받을 타격이 상당할 수 있다며 한 말이다.
 
이렇듯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2030세대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올해 청년층은 '벼락거지'를 피하기 위해 가장 활발하게 코인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예상하기 힘든 급등락장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족들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6일 뉴시스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기준 3개월 전보다 가격이 오른 암호화폐는 전체 107종 암호화폐 중 9종에 불과했다. 나머지 98종(91%)의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했다. 
 
3개월전 대비 50% 이상 떨어진 암호화폐는 70종(65%)에 달했고, 이 중 90% 이상 떨어진 암호화폐는 3종이었다. 기간을 넓혀 6개월 전과 비교하면 10개 중 9개의 암호화폐 가격이 올랐지만,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크다.
 
대장주 비트코인의 경우 지난 4월14일 8,199만 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4,000만 원대로 내려오며 반토막났다. 암호화폐 시장이 각국의 강력한 규제, 국내 거래소들의 대량 상장 폐지,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조정 기간이 길어지자 "강세장이 끝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주요 투자층인 2030세대의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 2030세대는 부동산 등 기존 투자처보다 진입문턱이 낮은 암호화폐를 마지막 '대박' 기회로 삼아 올해 코인 투자 열풍에 적극 뛰어들어왔다.  
 
실제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4대 암호화폐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 총 249만5.289명 중 20대와 30대가 각각 81만6,039명(32.7%), 76만8,775명(30.8%)으로 전체의 63.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예치금 증가율도 20대가 154.7%, 30는대 126.7%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빚을 내서 투자한 젊은 층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 현황과 선제적 관리 방안'에 따르면 금융권에서 새로 가계대출을 받은 신규 차주수 및 신규 대출금 가운데 30대 이하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51.9%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58.4%로, 대출 규모도 같은 기간 46.5%에서 55.3%로 상승했다. 
 
연구원은 주로 주택 가격 상승 기대 및 주식과 암호화폐 등 레버리지 투자 열풍에 편승하기 위한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전까지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지만 이후로는 신용대출이 증가세에 가세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청년 다중채무자 대출잔액은 전년 말 대비 16.1% 증가한 130조 원 규모에 이르렀다.
 
 
내집 포기하고 주식 '빚투'에 올인
 
"작년에 집값이 너무 올라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꿨죠. 그래서 그 돈으로 더 주식 투자에 올인했던 것 같아요. 주식은 난생 처음이라 남들 다 버는 장이었다고 하는데 그리 많이 벌진 못했습니다."(32세 직장인 A씨)
 
이런 상황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빚투한 청년들은 괜찮을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규모를 보여주는 신용공여 잔고는 23조7,33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또 돌파했다. 지난 2016년 동월 말 6조 원 대 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5년 만에 4배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식 빚투 비중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만큼 증권 시장 규모도 커졌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지난 25일 3,300선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돌파했으며 올 하반기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빚투 규모가 빠르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코스피의 경우 시가총액 규모를 놓고 봤을 때 코스닥은 몰라도 아직까지는 크게 무리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투자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위험에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이미 주택 등 부동산이나 원자재 등 다른 실물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주식을 포트폴리오의 일부로서 투자하는 40~50대와 달리 젊은 층은 부동산을 포기하고 '올인'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하는 방식으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코스피가 강세를 보이는 데다 금리 인상이 시장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게 연착륙할 것을 시사했지만, 영향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며 "만약 개인투자자들에게 타격이 발생한다면 자산의 일부만 주식에 투자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주식에 올인한 청년들에게 돌아갈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불리며 주식시장이 호황세를 누렸다고 하지만 주린이(주식 어린이)들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주린이가 많았던 청년들은 빚투 비중은 높지만 기대만큼 수익은 거두지 못한 셈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3~10월 증권사 4곳에서 투자한 개인투자자 20만 명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신참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5.9%로 고참 개인투자자(18.8%)의 절반도 안 된다.
 
일각에서는 향후 30대 이하 청년들을 대상으로 대출할 때 취약 청년층과 투기적 수요층을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 선임 연구위원은 "취약 청년층에는 채무조정과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조치를 하고 투기적 수요층에는 금융교육 강화와 투기수요 차단대책이 필요하다"며 "청년들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해 위험자산에 투자하거나 용도 외 목적으로 대출하지 않는 방안은 없는지 검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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