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휠체어 탄 이선애 전 상무
회삿돈 4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선애(86·여) 전 태광그룹 상무가 석달 간 구치소에서 석방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모친인 이씨에 대해 3개월 형집행정지를 허가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8일 이씨에 대한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열고 전문의 등 의견 청취와 진료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심의한 끝에 이 같이 결정했다.

이씨는 이날 부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며 거소는 지정된 병원 한 곳으로 제한된다.

이와 관련 전날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위원장)과 부장검사 2명, 혈관외과·정신과·내과 전문의 3명, 대학교수, 시민단체 관계자 등 형집행정지심의위 위원 8명은 이씨가 치료받고 있는 병원을 방문해 건강 상태를 직접 점검했다.

검찰은 의료심의를 통해 이씨가 고령인데다 고칼륨혈증, 관상동맥협착증 등을 앓고 있어 급사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결론 냈다.

또 뇌경변, 뇌경색, 뇌신경손상이 악화돼 고도의 치매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씨는 치매의 정도를 측정하는 임상치매척도(CDR)로 분류하면 CDR3에 해당됐다.

이밖에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의식상태가 희미한 편이며 혼자 힘으로는 보행이나 거동, 식사, 대·소변 등이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씨는 지난 3월19일 재수감 후에도 호흡곤란 증세로 4차례나 병원에 호송됐으며 최근에는 생명에 위험이 있을 만큼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지난달 5일부터 병원에서 입원상태로 한 달 이상 치료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형벌은 죗값을 치른다는 의식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신과 의사 소견에 따르면 이씨가 죄책감을 못 느낄 정도"라며 "그 정도면 법원 재판에서도 심신상실자는 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하는데 현재 (이씨가)그런 상태가 아닌가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는 계속 수면 상태로 깨워도 정신을 잘 못 차렸다"며 "거의 숨을 안 쉬다가 몰아쉬고 한 시간 이상 관찰했는데 굉장히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위원들은 이씨의 건강상태가 3개월 후에도 호전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형집행정지 기간을 6개월로 제안했지만 일단 건강상태를 지켜본 뒤 추후 연장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형집행정지 연장 신청, 허가는 횟수에 제한없이 가능하다. 다만 건강상 이유만으로 형기를 모두 채우지 않고 가석방되는 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앞서 이씨는 회삿돈 400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2012년 12월 징역 4년 및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수감생활 중 고령, 급성뇌경색, 치매 등 지병을 이유로 지난해 3월19일부터 1년간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았고, 추가로 형집행정지 기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의 불허로 지난 3월19일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이후 지난 6월19일 구치소 측이 이씨의 형집행정지를 건의했고 검찰은 주요 병력에 대한 전문의 의견 등이 더 필요한 점을 이유로 '판단 유보'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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