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안산과 김제덕이 24일 오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남녀혼성단체전 결승에 참가해 포효하고 있다.
[정재원 기자] "코리아 빠이팅"
 
오늘(26일)도 이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 열입곱 살의 김제덕 선수는 어쩌면 양궁 역사에서 가장 요란한 선수가 아닐까 싶다. 양궁에서 메달을 결정짓는 건 바람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김제덕의 파이팅엔 다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경북일고에서 김제덕을 지도하고 있는 황효진 코치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올림픽 가면 긴장도 많이 되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본인이 풀어보려고 한다고, 해내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마음이 안쓰럽고 짠하더라"라고 했다.
 
이어 "혹여 '시끄럽다'는 반응에 상처를 받을까, 첫 메달을 따고 전화를 건 김제덕에게 그는 "휴대폰을 보지 말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그는 "제덕이로부터 금메달을 딴 뒤 '숙소로 들어간다'라는 전화가 왔다"며 "핸드폰 많이 만지지 말고 댓글 같은 거 읽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댓글에서) '파이팅' 하는 부분이 시끄럽다는 말을 봤다. 저는 제덕이가 왜 하는지 아는데 그분들은 모르시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며 "남은 경기들을 잘해야 하는데 혹시나 아이에게 상처가 되거나 방해가 될까 싶어 보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황 코치는 "원래 자신감 넘치는 아이였지만, 사실 국내 대회에서 이렇게 소리친 적은 없었다. 올림픽을 앞두고부터 (샤우팅을) 시작했다. 목도 아프고 리듬도 깨질 텐데 왜 그렇게 까지 하냐고 물으니, 제덕이가 ‘그래야 긴장이 풀리고 괜찮다’고 하더라. 어린 친구가 얼마나 긴장됐으면 저랬을까”라고 안스러워 했다. 
 
그러면서도 황 코치는 “제덕이라면 상처 안 받을 수도 있어요. 속은 모르겠지만 티는 안내거든요”라며 웃었다. 
 
황 코치는 이날 왜 김제덕의 '파이팅' 소리가 안쓰럽고 짠하게 느낀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황 코치는 "(제덕이가) 나라를 대표해서 나갔고 거기에 대한 책임감도 있다는 얘기를 했다"며 "많이 노력하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조금 그렇더라"라고 했다.
 
이어 그는 김제덕이 어머니 없이 아픈 아버지를 돌보는 소년가장인 것도 전해졌다. 진행자가 "여러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데 김제덕 선수에게 더 마음이 쓰인 이유가 있다고 한다"고 묻자 "제덕이 어머니는 안 계시고 아버지가 계시는데 몸이 좀 안 좋으시다"며 "그러다 보니 신경을 더 쓴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실질적 가장인 제덕이가 잘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황 코치는 김제덕이 양궁을 시작한 계기도 공개했다. “제덕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했다”며 “학교에서 원리원칙도 많이 따지고 친구들이랑 장난도 많이 쳐서 학교 선생님이 ‘양궁장에 가서 좀 침착하게 하는 거도 배워라’하고 보냈는데 1년 반 만에 전국대회 금메달을 다 휩쓸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제덕이 같은 경우는 완벽주의자에 가까워요, 성향 자체가요. 그래서 모든 게 완벽하게 되지 않으면 집에 가지 않고 밤을 새서라도 자기 본인 직성이 풀릴 때까지 훈련을 했어요. 그래서 많게는 700발에서 1,000발까지 쏘고."라며 "밤 10시, 12시까지 본인이 마음 풀려야 될 때까지 훈련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황 코치는 "제덕이 치킨도 좋아하고 햄버거도 좋아하고 다 잘 먹어요. 제덕이는. 그리고 또 몸에 좋다는 거는 더 잘 먹어요."라면서 "치킨 좋아하고 햄버거 좋아하고 딱 17살"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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