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갈무리
[정재원 기자] '26일 오후, 필리핀 전역에 환호성이 터졌다. 
 
‘필리핀의 작은 거인’ 하이딜린 디아스(30)가 4번째 올림픽 도전에서 마침내 시상대 맨 위에 오르며 조국에 금메달을 안겼기 때문이다. 디아스는 26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55㎏급 A그룹 경기에서 인상 97kg, 용상 127kg으로 합계 224kg을 들어 올렸다. 올림픽 신기록과 함께 필리핀의 올림픽 역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필리핀의 올림픽 첫 참가는 1924년으로 97년 만의 성과다. 
 
디아스는 기쁨의 눈물과 함께 올림픽에서 필리핀의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감동적인 순간을 만끽했다. 
 
디아스는 2008년 베이징에서 필리핀 여자 역도 선수 중 최초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이후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이었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그가 따낸 은메달은 필리핀이 20년 만에 올림픽에서 기록한 메달로 한순간에 ‘국민 영웅’이 되었다.
 
디아스는 랴오추윈이 용상 마지막 3차 시도에서 126kg을 들어 올리자 무게를 127kg으로 늘려 마지막 경기에 나섰다. 반드시 성공해야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디아스는 혼신을 다해 바벨을 들어올렸고 성공을 알리는 신호가 울리자 바벨을 떨어뜨린 뒤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150cm의 단신으로 자신의 몸무게보다 4배 이상 많은 바벨을 들어 올렸다. 
 
디아스의 성공 스토리는 한 편의 드라마다. 어린 시절엔 가난과 싸웠다. 물 40리터를 지고 수백 미터를 걸었다.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디아스는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은행원을 꿈꿨다. 하지만, 운동에 소질을 보이면서 역도 선수의 길을 택했다. 
 
디아스는 2019년 ESPN과의 인터뷰에서 “나의 아버지는 트라이시클(삼륜차) 기사부터 농부, 어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져야만 했다. 그러나 역도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기뻐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나를 지탱해주는 것은 필리핀을 위한 목표다. 필리핀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어했지만, 지난 몇십 년간 아무도 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필리핀 매체 ‘ABS-CBN’에 따르면 디아스는 2019년 12월 이후 가족과 만나지 못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훈련했는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조국을 방문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경기 후 디아스는 AFP를 통해 “믿기지 않는다. 꿈이 이뤄졌다. 필리핀의 젊은이들에게 ‘당신도 금메달의 꿈을 꿀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나도 그렇게 시작했고, 달성해냈다”고 말했다. 
  
또한 “필리핀에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다. 지금까지 많은 희생이 있었다. 이젠 즐기고 싶다”고 했다.  
 
필리핀 공군 소속의 디아스는 시상대에 올라 국기를 바라보며 거수 경계를 하며 또 한 번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도전으로 만들어낸 ‘인간 승리’ 드리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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