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골목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심일보 대기자] 내가 살아보니까  바위에 낀 이끼처럼  세월이 지나야만 보이는 것이 있다. 흔히 '노땅' '꼰대'라 불리는 나이가 되고 보니 말이다.
 
2009년 만 56세를 일기로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 故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란 책 중에 '내가 살아보니까' 의 구절은 지금도 SNS에 자주 등장하고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내가 살아보니까 
사람들은 남의 삶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남을 쳐다볼 때는 부러워서든, 불쌍해서든 그저 "호기심이나 구경의 차원"을 넘지 않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정말이지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든,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든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이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깍아 내리는 것이 바보 같은 짓인 줄을 알겠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고 알맹이더라.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더라. 예쁘고 잘 생긴 사람은 TV에서 보거나 거리에서 구경하면 되고 내 실속 차리는 것이 더 중요하더라.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 쌓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쌓고, 진정으로 남을 대해 덕을 쌓는 것이 결국 내 실속이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더라.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평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故 장 교수의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나 역시 비올 땐 아쉽고 개일 땐 귀찮은 우산을 잘 잃어버린 이유에 대해 알 것 같다. 내가 살아보니까 그도 나를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어제 서울 종로구 옛 우미관 터 건물 외벽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벽화가 등장한 것에 대해 정치권이 시끄럽다. 
 
이날 진중권 전 교수는 "다들 미쳤어. 저질들"이라며 "아무리 정치에 환장을 해도 그렇지, 저 짓을 하는 이들, 그 짓에 환호하는 이들의 인성에 기입된 정치적 폭력성이 나를 두렵게 한다"며 "그 자체도 무섭고 섬뜩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그 바탕에 깔린 여성혐오가 혐오스럽다"고 비판했다. 솔직한 분노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한 방송에 출연해 해당 벽화에 관한 질문을 받자 “조금 민망하고 말씀드리기 거북하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지만 진영을 떠나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나 싶다.
 
이재명 캠프 측도 논평을 통해 “쥴리 벽화는 금도를 넘은 표현”이라며 “윤 전 총장 아내라는 이유로 결혼 전의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비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혼 전 사생활 조롱보다는 코바나컨텐츠 후원금 모금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정말 중요한 ‘윤석열 검사’의 아내 김씨에 대한 검증의 칼날을 날카롭게 해야 한다”고 토를 달았다.
 
이 지사, 이 전 대표 모두 시쳇말로 '과부 심정 홀애비가 안다'고 '쥴리 벽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지만 뭔가 아쉬운 논평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몸만 안으면 포옹이지만 마음까지 안으면 포용이다. 이날 이 후보 측은 결국 몸만 안은 척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연일 이어지는 폭염속에 생각조차 사치란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시끄러운 정치 뉴스에 다음 대통령은 누가 딜까 나름 생각해보니 그릇이 큰 '놈', 국민들 마음을 담을 '놈'이 아닐까 싶다.
 
내가 살아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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