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라루스 육상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

 [정재원 기자] 코치진의 불합리한 결정을 비판한 뒤 강제 귀국 위기에 몰렸던 벨라루스 육상 선수가 내일 망명처를 제안한 폴란드로 떠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경기가 끝난 벨라루스 선수단은 귀국길에 올랐지만 벨라루스 육상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는 이 대열에 포함되진 않았다.
현재 이 선수는 일본 경찰과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의 도움을 받아 도쿄 주재 폴란드 대사관으로 들어가 보호를 받고 있다.
 
2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벨라루스 대표팀 관계자들은 1일 치마누스카야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가는 여객기에 탑승시키려 했다. 공항 경찰의 도움을 얻어 간신히 출국을 면했고 2일 도쿄 주재 폴란드 대사관을 찾아 망명을 신청했다. 
 
이날 일본 지지통신은 “폴란드가 인도적 이유로 비자를 발급했다. 그가 조만간 폴란드로 출국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30일 인스타그램에 “코치진이 상의없이 100, 200m 단거리가 주종목인 나에게 이달 5일 열리는 1600m 계주에 참가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일방적 지시는 코치진이 원래 선수의 도핑 절차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그가 출전하지 못했고 자신이 대체 선수로 선발된 탓이라고 했다. 그가 출전을 거부하자 코치진은 지난달 31일 100m 여자 육상 경기의 출전을 막았고 출국까지 지시했다. 
 
옛 소련 국가인 벨라루스에서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대통령이 체제를 비판해온 세력을 탄압해 왔다. 지난해 8월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재선된 뒤 부정 선거와 개표 조작 의혹으로 대규모 시위가 몇 개월 동안 계속됐고, 3만5천 명 이상이 당국에 체포됐다.
 
치마누스카야가 비판한 코치진은 루카셴코의 장남 겸 정치적 후계자 빅토르(46)의 측근이나 다름없다. 빅토르는 3월 벨라루스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벨라루스에서 빅토르를 비판하는 것은 루카센코 비판과 동의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치마누스카야는 국제 사회가 부정선거라고 규탄하는 지난해 8월 벨라루스 대선 때도 소셜미디어로 루카셴코의 승리 및 반대파 탄압을 비판하는 등 오래 전부터 정권의 눈밖에 난 상태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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