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바이오사이언스가 10일 코로나19 백신 'GBP510'의 임상시험 3상을 승인받았다. 사진은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을 위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
[정재원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는 코로나19(COVID-19) 백신이 임상 3상에 진입한다. 국산 백신 상용화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은 앞선 임상 시험 과정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임상 3상 승인은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 받았단 의미가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0일 코로나 백신 GBP510의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이 승인됐다고 공시했다.
 
임상 3상은 코로나19에 대해 GBP510 면역원성과 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고려대 구로병원 외 13개 기관에서 진행된다. 건강한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GBP510을 2회 접종 후 평가를 진행한다.  
 
회사측은 "우수한 코로나19 예방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냉장보관이 가능한 이점이 있어 허가 시 의료시설이 열악한 국가에서도 널리 접종이 가능해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유행 극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은 이미 독감 백신 등에 오랜 기간 적용한 유전자 재조합 방식이라 안전성에선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또 초저온 유통이 필요 없고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길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코로나19 백신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두 번째 비교임상…토종 코로나19 백신 속도전 돌입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이 국내 개발 코로나19 백신 중 처음으로 임상 3상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발빠른 비교임상 도입의 영향이 컸다. 
 
1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월 'GBP510'의 1/2상을 시작한 이후 약 7개월 만에 3상 승인을 받았다. 식약처가 지난 5월 비교임상을 도입한 이후 처음 이 방식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비교임상은 기존 백신과의 비교를 통해 개발 중인 백신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 백신은 3만 명 가량의 참가자를 백신 투여군과 위약 투여군으로 나눠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관찰해 방어 효과를 측정하는 임상 3상을 수행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피험자를 모집하기 어려워 기존 방식으로 임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호소해 왔고, 식약처는 대안으로 비교임상을 도입했다.
 
비교임상은 시험 대상자들에게 개발 중인 백신과 기존에 허가받은 백신을 투여해 면역원성을 관찰하고 효과를 평가한다. 면역원성은 중화항체의 양이나 백신 접종 전 대비 항체가 4배 이상 증가하는 시험 대상자의 비율인 '혈청반응률' 등으로 평가한다. 기존 방식보다 적은 인원으로 짧은 기간에 임상을 진행할 수 있어 개발 업체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비교임상 방식으로 코로나19 백신의 3상이 진행되는 것은 세계에서 두 번째가 된다. 앞서 프랑스 백신 전문기업 발네바는 지난 4월 영국에서 비교임상 방식으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3상을 시작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8세 이상 성인 3,99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해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제품을 대조 백신으로 하고 중화항체가의 우월성·혈청반응률의 비열등성을 확인한다. 시험백신은 3,000명, 대조백신은 990명에게 0.5㎖씩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게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등 국내 14개 기관과 동남아시아, 동유럽 국가 등에서 다국가 임상을 계획하고 있다.
 
글로벌 임상3상은 국제백신연구소(IVI)와 협력해 진행한다. IVI는 유럽, 동남아 등에서 GBP510의 다국가 임상3상을 수행하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를 바탕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과 각 국가별 긴급사용허가 획득 준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GBP510의 백신 효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 GSK와도 협력하기로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단독 투여 시 보다 백신의 잠재적인 면역반응을 향상시키도록 설계된 GSK의 팬데믹 면역증강제 기술을 결합, GBP510의 임상3상을 진행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의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1분기 3상 임상에 대한 중간분석 결과를 도출하고 허가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재조합 백신인 GBP510의 대조 백신으로 플랫폼이 다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바이러스 벡터 방식)을 선정해 안전성과 효과를 측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식약처는 백신 플랫폼이 달라도 비교임상을 수행하는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시험백신과 가장 유사한 플랫폼 백신을 대조백신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현재 허가된 재조합 코로나19 백신이 없는 상황을 고려했다"며 "플랫폼이 달라도 백신의 방어효과와 높은 상관성을 지닌 중화항체가를 비교해 백신의 방어효과를 추정할 수 있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조백신으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에서도 임상 수행 중인 발네바 백신의 경우에도 시험백신은 사백신이지만 다른 백신 플랫폼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조백신으로 했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비교임상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국내 기업들의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고 향후 국제 표준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약처는 "우리나라는 글로벌 백신 선도 기업이 없는 국가임에도 국내 개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 3상을 승인했고, 면역대리지표(ICP)가 정립되기 전이지만 전통적인 위약임상으로 국제적인 임상 3상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이고 면밀한 심사로 비교임상 방식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 다른 국내 기업의 백신도 신속하게 3상 임상시험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범정부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임상시험지원 T/F 등을 통해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예방혁신연합(CEPI), 해외 규제기관들과의 회의·워크숍 등에서 지속적으로 소통해 국내 기업이 비교임상 방식으로 개발한 백신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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