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크래프톤이 시초가 대비 5,500원(1.23%) 오른 45만4,000원에 마감했다. 시초가보다는 높은 가격이지만 공모가(49만8,000원)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이날 크래프톤은 공모가의 90% 수준인 시초가 44만8,5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공모주 열풍 이후 대형 공모주가 공모가 아래로 상장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시초가는 상장일 개장 전 30분 동안(오전 8시30분부터 9시) 공모가의 90~200% 수준에서 호가를 접수해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만나는 가격에 결정된다.
 
크래프톤은 장 초반 변동성 완화장치(VI)가 두 차례나 발동했다.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았던 데다가 개장과 동시에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VI가 발동된 것이다.
 
공모가(49만8,000원) 대비 9.93% 낮은 44만8,500원에 개장한 크래프톤은 거래 시작과 동시에 주가가 40만500원까지 내려가면서 하방 VI가 발동됐다. 이후 크래프톤의 주가는 반등하면서 44만1,500원까지 상승하면서 상방 VI가 발동했다. 하방VI 발동 직후 상방 VI로 이어지면서 2분 간격으로 상하방 VI가 발동한 것이다.
 
크래프톤은 공모가 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장 데뷔식을 마쳤지만 게임업종에서는 대장주가 됐다.
 
직전 게임 대장주였던 엔씨소프트는 이날 코스피24위(17조8,925억 원)인 반면 크래프톤은 22조1,997억 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코스피 19위에 올랐다.
 
역대 2위의 초대형 공모 규모(4조398억 원)의 게임주였던 만큼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상장 직후 기업가치가 이미 24조 원을 넘어섰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장 첫날 아쉬운 성적에도 게임 대장주에 오를 수 있었다.
 
크래프톤의 상장일 주가흐름은 부진한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한 때 장외시장 가격이 300만 원(5대 1 액면분할 전)을 호가했던 기대 공모주였지만 공모가 고가 논란으로 일반 청약에서는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한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2~3일 이틀 동안 진행된 일반 청약에서 크래프톤의 일반 청약 통합 경쟁률 7.79대 1로 매우 낮았다. 인기 공모주가 보통 수 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것을 고려하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크래프톤이 '손이 안가는 주식'이라고 볼 수 있다.
 
공모가가 49만8,000원으로 기존 공모주에 비해서는 다소 비싼 가격이었던 점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외면 받은 주된 이유로 꼽힌다.
 
또 외국인의 의무보유 확약 신청이 적어 상장 후 유통 물량에 대한 부담도 컸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요인 중 하나다.
 
크래프톤의 상장 후 유통가능 물량은 39.05%다. 이는 직전 대형 공모주였던 카카오뱅크(22.6%)의 두 배에 달한다. 이 밖에 대형 공모주였던 SK바이오팜, 하이브(당시 빅히트),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의 상장 당일 유통 가능 물량 비중은 평균 13.8%였다.
 
상장 후 유통가능 물량이 많을 수록 주가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공모주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크래프톤이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시장에 그에 맞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위해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의 콘텐츠화를 포함한 2차 가공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사례에서 보여지듯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게임주 재평가가 쉽지 않은 것이 현재의 시장 환경"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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