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심 선고공판 출석하는 정경심 교수
[정재원 기자]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항소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은 정 교수 딸의 '7대 허위 스펙'을 그대로 인정했고, 이 과정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일부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엄상필·심담·이승련)는 11일 업무방해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만 벌금은 5억 원에서 5,000만 원으로 감액했다. 또 추징금도 1억3,800만여 원에서 1,061만여 원으로 내려 명령했다.
 
재판부는 “입시 업무의 공정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믿음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했다.
 
우선 재판부는 입시비리 관련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동양대 보조연구원 허위 경력 ▲서울대 인턴 허위 경력 ▲KIST 인턴 허위 경력 ▲공주대 인턴 허위 경력 ▲단국대 인턴 허위 경력 ▲부산 호텔 인턴 허위 경력을 모두 유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 관련 "정 교수 아들 조씨가 받은 동양대 상장과 비교하면 배율, 자간 간격 등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감정 확인된다"며 "정 교수 말고 다른 사람이 했다고 믿기 어려워 표창장 위조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경력' 관련 "확인서는 허위이고 조 전 장관이 확인서를 작성하는데 정 교수가 가담했다고 본 1심이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미나 영상 속 여학생의 신원에 대해 재판부는 "확인서가 모두 허위이기 때문에 딸 조씨가 세미나에 참여했는지, 동영상에 확인된 여성이 딸 조씨인지는 허위 판단에 영향을 못 미쳐 더 나아가 확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부산 호텔 인턴 허위 경력' 혐의도 "모두 거짓이고 조 전 장관이 작성하는데 정 교수가 가담한 게 인정된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정 교수의 서울대 인턴 허위 경력과 부산 호텔 인턴 허위 경력 혐의를 모두 유죄 판단하며, 이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이 가담한 점을 1심과 같이 인정한 것이다. 이 외에 정 교수 딸의 나머지 경력도 모두 허위라고 판시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정 교수가 딸 조씨의 서울대 의전원과 부산대 의전원 지원 당시 자기소개서에 7개 허위 경력을 기재하고 위조된 표창장을 제출하는 등 범행으로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2013년 10월께 딸과 동양대 학생의 허위 인건비 명목으로 교육부 보조금 32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1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 교수의 사모펀드 비리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 판단을 무죄로 뒤집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2018년 1월 조씨로부터 군산공장 가동에 관한 정보를 받고 동생 명의로 WFM 주식 12만 주를 매수한 혐의 중 1심이 유죄 판단한 10만 주 부분을 무죄 판단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10만 주 부분도 코링크PE가 우선매수권을 취득해 정 교수에게 매도한 것으로 코링크PE의 실질적인 대표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모씨가 이미 알고 있던 정보이기 때문에 미공개정보 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정 교수가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모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5억 원을 지급한 돈은 모두 투자금이 맞다고 보면서도 정 교수에게 횡령에 적극 가담한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8년 2월 WFM 음극재 실험 정보를 듣고 주식을 매수한 혐의, 2018년 11월 WFM과 중국 업체 사이 MOU 체결 정보를 듣고 주식을 매수한 혐의, 차명 계좌를 이용해 금융거래한 혐의 등은 1심과 같이 유죄 판단을 내렸다.
 
이 외에 재판부는 정 교수가 자산관리인 김경록씨에게 자택 및 사무실에 보관하던 PC, 저장매체 등 은닉을 교사한 것이 맞다며 1심의 무죄 판단과 달리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유죄 판단했다.
 
아울러 1심과 같이 정 교수가 코링크PE가 보관하고 있던 동생 정모씨 관련 자료를 인멸할 고의를 갖고 증거인멸교사한 혐의는 유죄,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 관련 운용현황보고서 위조를 교사한 증거위조교사 혐의는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는 딸 조씨의 입시활용 목적으로 배우자와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경력 쌓을 기회를 얻고 확인서 내용을 수정하는 등 실제 딸 조씨가 하지 않은 활용 내용을 기재하고 날인받는 과정에 가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사실과 다른 허위 확인서를 직접 작성하고, 봉사활동 거짓이 기재된 총장 확인서를 위조하기까지 이르렀다"면서 "이를 자기소개서에 몇 줄 기재된 경력이라고 쉽게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의 입학사정 업무방해는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딸 조씨가 서울대 의전원 1차 및 부산대 의전원에 합격해 실제 합격했을 사람이 탈락하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입학사정 업무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는 이 사건 재판 내내 당시 입시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범행의 본질을 흐리면서 확인서와 표창장이 진실하다고 믿었을 입학사정 담당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면서 "업무방해와 그 이후 태도에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조 전 장관 5촌 조카로부터 받은 미공개정보로 주식거래한 것은 유가증권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저해하고 이득 여부와 무관하게 증권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의 재산상 손실과 시장 경제를 흔드는 중대 범죄"라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정 교수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재산신고 의무를 부담하는 공직자의 배우자인데 타인 명의 계좌로 미공개정보 거래를 하고 불법을 저질러 공직수행에 대한 기대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는 자신과 가족 수사가 시작되자 우월적 지위로 코링크PE 직원들에게 자료를 없애라고 지시하고 주거지 압수수색이 임박한 상황에서 지시 거부가 어려운 사람에게 은닉하도록 해 진실 발견을 어렵게 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신빙성 유무나 유불리를 떠나 사법 절차에 협조한 사람들에 대해 강한 적대감으로 비난을 계속하는데 온당한 태도라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1심의 형량은 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징역 4년 판단을 유지했다.
 
판결이 끝난 뒤 정 교수는 굳은 표정으로 변호인들과 인사하며 구치감 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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