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간 유명 코미디언인 나자르 모함마드 카샤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조직원에게 붙잡힌 뒤 뺨을 맞는 모습(트위터 캡쳐)
[정재원 기자]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공포 정치가 재연되고 있다. 탈레반을 풍자해 온 코미디언을 살해한 데 이어, 이번에는 민요 가수가 살해됐다. 
 
29일 아프가니스탄타임스 등 현지 언론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코미디언이자 경찰로 근무 중이던 나자르는 최근 남부 칸다하르주의 집에서 탈레반에 끌려나간 후 살해됐다. 나자르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탈레반을 풍자하는 노래, 춤 등을 게시했다.
 
탈레반은 처음에는 처형 사실을 부인했으나 온라인에 퍼진 영상 속 나자르 옆에 있는 조직원들이 탈레반 소속이 맞는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 속 나자르는 탈레반에 납치되어 손이 뒤로 묶인 채 차에 타고 있다. 나자르가 카메라를 향해 뭐라고 설명하려 하자 옆에 있던 탈레반 대원은 그의 뺨을 여러 차례 때렸다. 옆에 있던 탈레반 조직원은 이 모습을 보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또 나자르가 나무에 묶인 모습의 사진과 그의 신체가 훼손된 채 땅바닥에 눕혀진 사진도 공개됐다.
 
사르와르 다니시 아프간 제2부통령은 트위터에 “나자르의 뺨을 때린 건 모든 아프간 사람들의 뺨을 친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는 인류와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라고 적었다. 하미드 카르자 전 아프간 대통령도 “나자르에게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가져다준 죄밖에 없다”며 “그의 피살은 탈레반의 잔혹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 민요가수 파와드 안다라비
이날 AP 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바글란주 안다라비 계곡에서 지난 27일 민요가수 파와드 안다라비가 탈레반에 의해 살해됐다. 
 
안다라비는 '깃작'이라는 현악기를 연주하는 전통민요 가수로 아프간과 자신의 고향을 자랑하는 내용의 노래를 불러왔다. 
 
안다라비의 유족은 "탈레반 대원이 과거에도 집에 찾아와 집을 뒤지고 마시는 차 종류까지 확인했다"면서 "아버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가수일 뿐인데 농장에서 아버지 머리에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 대원이 안다라비를 살해한 것은 맞지만, 단독 범행일 가능성도 있다. 유족은 "지역 탈레반 위원회가 살인자를 처벌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한편 탈레반이 집권하면서 문화·예술계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자 국제기구는 우려를 표명했다. 아그네스 칼라마르드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다시 돌아온 탈레반은 편협하고 폭력적인 2001년의 탈레반과 똑같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 20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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