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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윤석열’이라면 이를 가는 사람들
심일보 기자  |  jakys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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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9.11  08: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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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 시그널 면접'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심일보 대기자]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은 미국 9·11 테러 20주기을 맞아 테러로 숨진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너무 어리고 약했으며, 정말 힘들었던 시간”이라고 안 구엔칸은 회고했다. 그의 아버지 캉 구엔칸은 미 해군에서 일하던 계약직 엔지니어로, 9·11 테러 때 미 국방부 건물에 충돌했던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당시 캉의 나이는 41세, 안은 4살이었다. 안은 성장하면서 자신에게 본질적 질문을 계속했다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성 롤모델이 없는 나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하고 되물었다고 전했다.
 
9·11 테러 20주기을 맞는 11일, 작금의 우리 정치권은 '롤모델'이 사라진 채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테러 현장으로 변하고 있다.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 사무실을 전격 압수 수색했다. 동시에 영장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피의자로 적시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 전 총장은 “공수처의 대선 개입” “망신 주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공수처의 김웅 의원 사무실 압수 수색과 관련해 “공수처의 대선 개입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야권 유력 대선 주자를 흠집 내기 위해 공수처가 아니면 말고 식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울산 선거 공작 시즌 2′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심각한 야당 탄압”이라며 “우리 당으로 들어온 공익 제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정당의 문제지 공수처가 개입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언론이 강제 수사를 하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윤석열 입건 이유도 황당하지만, 공수처는 야권의 비판쯤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해당 보도 전 박지원 국정원장을 만난 사실이 알려지지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현직 국정원장이 의혹 보도 전 제보자를 만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야당의 '정치 공작'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날 한 언론은 사설을 통해 "이번 ‘고발 사주 의혹’은 전형적인 정쟁(政爭)적 이슈인 동시에, 여권으로선 문재인 대통령이 아꼈던 조국을 수사로 망가뜨리고 중도층이 등 돌리게 한 윤석열에 대해 구원(舊怨)을 푸는 의미도 있다."고 해석했다. 소위 '한풀이'란 얘기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9일 당선된 뒤 열흘 만에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특검팀에 파견 중이던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했다. 처음에는 윤석열을 바로 검찰총장으로 발탁하려 했다는 얘기도 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7월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하고 한 달 뒤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지명했다. 검찰 관련 보고서는 밑줄을 쳐가며 읽는다는 문 대통령은 ‘조국·윤석열 조합’으로 검찰 조직의 완벽한 제어를 구상했을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조국 일가 수사’로 그 그림을 깨버리지 않았으면 지금 여당의 대선 후보 경쟁 구도는 완전히 달라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시쳇말로 '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편 이날 유재일 시사평론가의 유튜브 채널 '유재일'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전날 강원도 원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치는 제가 오래 안 했으나, 정치를 오래한 사람들이 저보고 뭐, '검사만 해봐가지고 정치를 하겠냐' 이런다"며 "정치를 그렇게 잘 알아서 나라를 이따위로 만들어놨나"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정치를 오래해서, 이 나라가 어르신들이 걱정할 만큼 기본이 엉망인 방식으로 끌려가는데 투쟁도 한번 제대로 못했나"라며 "정치를 모르기 때문에 저는 싸울 수 있다.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도 했다. 
 
27년간 검찰 생활을 한 것을 언급한 윤 전 총장은 "제가 있던 검찰도 국민에게 비난받고 그랬지만 깡패 잡고 부정부패사범 척결하고 사기꾼 퇴치하고 이렇게 해서 선량한 시민들이 나쁜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게 미풍약속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도 환갑 지내고 그동안 하던 일을 놓고 개인적인 삶을 살고 싶다"면서 "하지만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어서, 또 당원 동지 여러분들이 같이 하자고 하셔서 여러분 앞에 부족함이 많지만 나왔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도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직 검찰총장이 부하 검사를 시켜 야당에 자기 아내를 공격하는 여권 정치인과 기자를 고발하도록 작업했다는 ‘고발 사주’ 프레임이 상식적이진 않다는 것이디. ‘윤석열’이라면 이를 가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야당에 약점이 잡힐 위험을 감수하고 그런 지시를 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 선언 이후 윤석열은 '이 가는' 이들의 공작이던 무엇이든 간에 가장 큰 위기 앞에 놓였다. 또 윤석열이 ‘정권 교체’ 열망을 충족해줄 인물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런만큼 지금부터라도 '투사 윤석열'이 아닌 결이 다른 '정치인 윤석열'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위기는 기회다'라는 명제가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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