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니스에 10대 돌풍을 일으킨 영국의 엠마 라두카누(18)가 캐나다의 레일라 페르난데스(19)를 누르고 US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후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김승혜 기자] 세계랭킹 150위의 18세 에마 라두카누(영국)가 메이저 테니스대회 US오픈 여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라두카누는 1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또 한 명의 10대 돌풍의 주역 레일라 페르난데스(73위·캐나다)와의 결승에서 세트 스코어 2-0(6-4 6-3)으로 승리했다.
 
만 18세 10개월의 라두카누는 US오픈 역사상 처음으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라 우승까지 거머쥔 선수로 기록됐다. 라두카누와 페르난데스는 이번 대회에서 10대 돌풍의 주역으로 시드를 받지 못한 선수 간에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에 맞붙는 것은 남녀 테니스 역사를 통틀어 처음이다.
 
또 라두카누는 메이저 대회 남녀 단식을 통틀어 처음으로 예선 통과자가 우승까지 차지하는 기록을 작성했다. 게다가 예선 3경기와 본선 7경기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무실세트 우승을 차지했다. 2002년 11월 13일에 태어난 라두카누는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18세 10개월이다.
 
13일 BBC등 외신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라두카누 아버지 이안은 루마니아, 엄마 르네는 중국 출신이다. 라두카누 출생지는 캐나다 토론토였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부모님이 2세에 영국으로 이주해 런던에서 자라면서 라두카누는 영국인이 됐다. 이에 라두카누의 동화 같은 우승에 영국은 환호하고 있다. 영국 선수가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것은 1977년 윔블던에서 버지니아 웨이드(76·은퇴) 이래 44년 만이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라누카누에게 "US오픈 우승을 축하한다. 이번 우승은 당신의 엄청난 노력과 헌신이 이뤄낸 결과물로 젊은 나이에 이뤄낸 엄청난 성과"라고 축전을 보냈다. 
 
라두카누는 5세부터 승마·골프·스키·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접했다. 9세부터는 모터크로스를 시작했는데 여전히 좋아한다. 여러 스포츠 중 그가 제일 사랑한 스포츠는 테니스였다. 13세에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두각을 보였다. 그런데도 그의 빠른 성장세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높은 학업 성적을 원했던 부모님의 뜻에 따라 학교생활도 병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학, 수학 등에서 A학점을 받았고, 중국어도 잘한다. 
 
▲ 영국의 엠마 라두카누(18)가 캐나다의 레일라 페르난데스(19)를 누르고 US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후 기뻐하고 있다.
라두카누는 당초 예선전이 끝나면 귀국할 비행기 표를 끊어뒀는데, 3주나 뉴욕에 머물더니 끝내 시상대까지 올랐다. 예상치 못한 선전이라 가족도 곁에 없었다. 그는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항상 꿈꿨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신나게 뛰면서 대회장에 오래 머물러보자. 안 될 게 뭐 있어’ 생각으로 경기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고 기뻐했다. 
 
한편 영국은 난리가 났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직접 축전을 보냈고, 보리스 존슨 총리와 윌리엄 왕세손 부부 등 유명 인사들이 앞다퉈 갈채를 보냈다. 업계에서는 그가 유럽과 중국 혈통을 동시에 지닌 덕분에 광고와 후원 계약으로 2,500억 원 이상 벌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반면 여자 테니스가 매 대회 다른 챔피언을 배출하는 만큼, 좀 더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자신을 둘러싸고 세계의 큰손들이 갑론을박을 벌이는데, 정작 열아홉 영국 소녀는 변함없이 차분하고 발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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