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 준비하는 홍준표 후보
[심일보 대기자] "검찰이 보통 가족 수사를 할 때는 가족 중 대표자만 수사를 한다. 윤 전 총장은 과잉수사를 했다. 집요하게 조국 동생을 구속하고, 사촌 구속에, 딸 문제도 건드렸다. 심하게 했지. 목표가 조국 퇴진이니까. 이후 이게 정치사건이 돼버렸다. 요즘에 와서 윤 전 총장이 고발도 스물몇 건 당하고, 자기 처, 장모 다 걸렸다. 자업자득이다. 자기가 적폐수사 하고, 조국 수사할 때 강력하게 수사했던 것을 지금 본인 가족 수사에 대해서는 ‘나는 아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지. 자기도 극복하고 나가야지.” 
 
홍준표 후보가 국민의힘에 복당한 며칠 후인 7월 2일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날 한겨레는 "단연 눈에 띄는 대목은 2년 전 윤석열 검찰총장 지휘 하에 이루어진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과잉 수사를 지적한 대목"이라고 했다. 홍 후보는 이날 자신의 복당 과정, 이준석 대표와의 여러 교감,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평가 등을 말하면서...
 
그렇다면 한겨레는 왜 이같은 발언을 '단연 눈에 띄는 대목'이라 했을까
 
홍준표 국힘 대선 후보가 자유한국당(前 국민의힘) 대표 시절인 2019년 9월 19일, 홍 후보는 조국 법무부장관의 가족 등 수사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가 사심없이 정의를 향한 일념으로 수사를 하면 여야 정치권들은 서로들 약점이 많아 침묵 합니다"라고 당시 윤 총장을 칭찬했다.
 
이어 "지금 윤석열 검찰은 청와대, 여의도 어느 곳도 눈치 보지 않고 검찰 본연의 모습대로 잘하고 있습니다"라며 "그렇게 당당한 것이 검찰입니다. 그렇게 해야 후세도 칭송하는 검찰이 됩니다"라며 "시시하게 살지 말자. 인생은 짧다"고 썼다.
 
홍 후보는 이 글에 앞서 이틀전(17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록 그간의 검찰이 정권의 칼로 이용되어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지만 이번 조국 수사만큼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이 땅에 정의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권에 이용당하고 무시당하고 팽 당하는 바보 같은 검찰이 되지 마시고 국민과 정의만 바라보고 가는 당당한 검찰이 돼 달라”며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부여한 검사의 권한을 청와대, 여야 정치꾼들의 협박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검사는 비굴하지 않아야 한다. 검사는 당당해야 한다. 지금처럼 수사하면 대한민국 검찰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당신들이 비난하는 어느 소설가의 책 제목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며 “윤석열 검찰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1차 토론회가 열린 16일, 홍준표 후보는 윤석열 후보를 향해 보수진영을 궤멸시킨 점에 대해 최소한 사과라도 하라고 다그쳤다. 
 
홍 후보는 "윤 후보님은 정치권에 들어오시기 전에 (특검에서)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팀장하면서 구속시킨 공로로 다섯 계단을 건너 뛰어 중앙지검장이 됐다"면서 "중앙지검장 때는 보수 진영을 궤멸시키는데 앞장서고, 1,000여 명을 소환조사하고 200여 명을 조사하고 그 중 다섯 명이 자살했다. 그렇게 했으면 우리 당에 들어올 때 당원이나 대국민 사과라도 하는게 맞지 않느냐"고 공세를 폈다.
 
이에 윤 후보는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제가 당시에 검사로서 맡은 소임을 했고, 법리와 증거에 기반해 일을 처리했다"며 "검사로서 한 일에 대해 사과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답했다.
 
2차 자유토론에서도 홍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제가 당대표를 할 때 자고 일어나면 사람들이 계속 검찰로 불려갔고 어떤 사람은 스물세 번을 불려갔다"며 "가면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걸 말하면 넌 풀어주겠다'는 식으로 잔인하게 수사를 했다. 아까 윤 후보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다고 했지만 죽은 권력을 잔인하게 했다.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계속 검찰이 수사를 해서 보수를 궤멸시켰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저는 오래 전부터 수사를 해오면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의원들에 대해서는 정말 신중하고도 신중하게 했다"면서 홍 후보의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지방선거 참패를 언급하며 "보수가 궤멸된 건 이거(검찰수사) 때문이 아니고 (홍 후보가)당 대표하실 때 2018년 지방선거가..."라며 선거 참패 책임론을 거론했다.
 
토론 후 보수권에서 홍 후보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과잉 수사' 주장을 두고 비판이 일자 "국민들이 가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홍 후보는 이날 밤 페이스북에 "정권을 안정시키는 것도 검찰총장의 책무라고 하면서 조국 수사는 문 정권 안정을 위해서 한 것이라고 윤석열 후보가 자기 지인에게 고백했고, 그게 책으로도 출간된 것도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어 "여권 내 권력투쟁의 산물"이라며 "그런 사건을 두고 우리 측이 흥분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저의 오래된 생각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전 가족 수사가 가혹하지 않았다고 국민들이 지금도 생각한다면 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도 "그러나 그 전 가족 몰살 사건은 제 수사 철학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치수사였다"고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 입으로 두 말을 한다는 뜻으로 일관성 없는 말을 (一口二言)이라 한다. 그래서 ‘일구이언(一口二言)은 이부지자(二父之者)’라는 말도 생겨났다.
 
그렇다면 왜 홍 후보는 일구이언을 했을까
 
이날 진중권 전 교수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홍준표 후보가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던진 발언이라고 봐요. 그 귀한 말씀은 수사가 한참 진행 중일 때 하셨어야지. 그럼 최소한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는 있었겠지요. 잘못 판단하신 듯. 이 판 자체가 그 사건 때문에 열린 거나 다름없는데...조국 사태 당시의 홍준표의 "수사철학" 윤석열 잘 한다고 화이팅 외치시던 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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