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은 성남시가 천문학적인 수익을 김만배씨 등 몇몇 민간 업자들에게 돌아가도록 누가 설계했느냐이다. 검찰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구속은 사건 해결의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하지만 과정이 석연치 않다. 첫 압수 수색은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지 16일 만에야 이뤄졌다. 3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유씨가 머무르던 경기 용인시 한 오피스텔 압수 수색 상황부터 이례적이었다. 이 건물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사팀이 강제로 문을 열지 않고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는 사이 유씨가 휴대전화를 밖으로 집어던졌고, 이후 한 수사관이 유씨가 머물던 오피스텔 안으로 혼자 들어가 2~3시간가량 유씨를 별도로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와 수사관들이 기습적으로 압수 수색을 개시하고 피의자에게 영장을 제시한 뒤 관련 자료를 즉각 확보하는 통상적인 압수 수색과는 달랐다는 것이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유 씨는 2008년 성남시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추진위원회 조합장으로 일하며 당시 성남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이재명 경기지사와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이 지사의 2010년 성남시장 선거를 도운 그는 인수위원회에 도시건설분과 간사로 참여한데 이어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전신인 성남시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2014년 물러났다가 이 지사의 성남시장 재선을 도운 뒤 3개월 만에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컴백했다. 초대 사장이었던 황무성 전 사장은 “인사를 하려고 해도 유 씨가 다 했다”고 했다. 결국 황 전 사장이 중간에 물러나자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때 사장 직무대리로 실권을 휘둘렀다. 이 지사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뒤엔 경기관광공사 사장 자리까지 꿰찼다. 
 
대장동 개발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추진한 최대 역점 사업의 하나였다. 사업비 규모가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민간개발이냐, 공공개발이냐 등을 놓고 온갖 로비와 비리 의혹이 끊이질 않았던 사업이다. 이런 사업의 민관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민간 사업자 선정, 주주 구성이나 수익금 배당 방식 설계 등에 직접 관여한 핵심 인물이 바로 유 씨다. 
 
이 지사는 “이 설계는 제가 한 것”이라고 했을 만큼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을 본격 추진한 장본인이다. “이렇게 설계해라. 나중에 혹시 먹튀 할 수 있으니까 먹튀 못 하게 이렇게 하라” 등 수익 배분 구조에 대해 보고를 받고 지시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바로 그 사업에서 몇몇 민간업자들이 7,000억 원대의 떼돈을 벌어들여 여기저기 마구 뿌려대는 ‘돈 잔치’를 벌였다. 이상의 상황을 종합하면 소위 '게이트' 수사의 두번째 단추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검찰은 오늘까지도 생각이 많아선지 '꼬리자르기' ‘늑장’ ‘부실’ 수사 소리를 듣고 있다. 이날 한 언론은 사설을 통해 "검찰이 대장동 의혹 수사의 처벌 대상을 유동규씨 등 한두 명으로 사전에 맞춰 놨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조심해야 될 사람 역시 여럿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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