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서울공약발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심일보 대기자] 수렵시대엔 화가 나면 돌을 던졌다. 고대 로마시대엔 몹시 화가 나면 칼을 들었고, 미국 서부시대에는 총을 뽑았다. 현대에는 화가 나면 '말 폭탄'을 던진다. 인격모독의 막말이나 악플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정제되지 않은 말 폭탄을 타인에게 예사로 투척한다. 설혹 그의 생각이 옳다고 할지라도 사용하는 언어가 궤도를 일탈했다면 탈선임이 분명하다.
 
“화살은 심장을 관통하고, 매정한 말은 영혼을 관통한다.” 
 
스페인 격언이다. 화살은 몸에 상처를 내지만 험한 말은 영혼에 상처를 남긴다. 당연히 후자의 아픔이 더 크고 오래 갈 수밖에 없다. 옛 사람들이 ‘혀 아래 도끼 들었다’고 말조심을 당부한 이유이다.
 
불교 천수경 첫머리에는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 나온다. 입으로 지은 업을 깨끗이 씻어내는 주문이다. 그 중 네 가지 거짓말로 지은 죄업, 꾸민 말로 지은 죄업, 이간질로 지은 죄업, 악한 말로 지은 죄업을 참회한다는 내용이다. 그때 자신의 참회가 꼭 이뤄지게 해달라고 비는 주문이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이다.
  
말은 사람의 품격을 재는 잣대이다. 품격의 품(品)은 입 구(口) 자 셋으로 만들어진 글자이다. 입을 잘 놀리는 것이 사람의 품위를 가늠하는 척도라는 것이다.
 
논어에선 입을 다스리는 것을 군자의 최고 덕목으로 꼽았다. 군자의 군(君)을 보면 '다스릴 윤(尹)' 아래에 '입 구(口)'가 있다. ‘입을 다스리는 것’이 군자라는 뜻이다. 세 치 혀를 잘 간수하면 군자가 되지만 잘못 놀리면 한 순간에 소인으로 추락한다.
 
대문호 톨스토이가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않으면 백 번 중에 한 번 후회하지만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 하면 백 번 중에 아흔아홉 번 후회한다”고 강조했다.
 
공자는 “더불어 말해야 할 사람에게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다. 더불어 말하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하면 말을 잃는다”고 했다. 잘못된 언행으로 사람과 말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생각이 언어를 타락시키지만 언어도 생각을 타락시킨다”고 했고,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3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며 국민의힘을 맹비난했다. 이런 비유는 국민의힘이 이 지사의 배임 혐의를 주장한 데 대해 “자기들이 안 해 먹은 일이 없어서 ‘아 이재명이 안 해먹었을 리가 있나’라고 생각하는 거다. (국민의힘이) 돼지니까”라고 반박하면서 나왔다. 
 
이재명 후보는 4일 서울지역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책임론을 주장하는 야권의 공세에 "노벨이 9·11 테러를 설계했다는 황당한 소리가 국민의힘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노벨이 화약 발명, 설계를 했다고 해서 알카에다(9·11 테러를 주도한 이슬람 단체) 9·11 테러를 설계한 게 될 순 없다"며 "국민의힘과 일부 보수 언론이 대장동 개발 사업을 일부러 복잡하게 만들어 국민이 알기 어려운 괴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유동규 전 본부장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도 "휘하 직원의 개인적 일탈 등에 대해 (책임자가) 사퇴하면 대한민국 모든 공직자가 다 사퇴해야 한다"며 "한전(한국전력) 직원이 뇌물을 받고 부정행위 하면 대통령이 사퇴하냐"고 물었다. 
 
그간 "돈이 마귀",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 등 발언으로 야권을 몰아 붙인 이재명 후보의 입이 더 독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날 진중권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대장동 사건, 심상치 않네요. 이재명 지사가 대응하는 방식이 많이 이상해요. 자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거든요. '유동규가 내 측근이라면 윤석열은 문재인 측근이냐' ... 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변명을 해도 조리있게 해야지. 하는 말마다 이상해요."라고 했다.
 
나쁜 말을 자주하면 생각이 오염되고, 그 집에 자신이 살 수밖에 없다. 그만큼 말 실수로 인한 잔인한 인과응보는 결국 자신의 몫임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