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빅토르 위고'에 의하면 인생에는 세 가지 싸움이 있다고 했다. 자연과 인간의 싸움, 인간과 인간끼리의 싸움, 자기와 자기와의 싸움이 그것이다. 
 
'인간과 인간끼리의 싸움'은 개인과 개인 간의 생존경쟁에서부터 나라와 나라와의 전쟁, 민족과 민족의 싸움, 공산세력과 자유세력과의 투쟁에 이르기까지 인간세계에는 많은 싸움이 있다. 우리는 이런 싸움을 원치 않지만 생존하기 위하여 이 싸움을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싸움의 바탕에는 자유와 정의가 바탕이 돠어야 한고  싸우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 위고의 주장이다. 
 
어제 TV조선 신동욱 앵커는 "경실련은 대장동 공공 환수가 10퍼센트 밖에 안 되고 민간투자자 일곱 명이 8천5백억원을 챙겼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전혀 주눅들어 하거나 뒤로 물어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말 비틀기에 논점 흐리기, 비웃음에 때론 위협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화려한 화법으로 질문하는 야당 의원들을 몰아붙였습니다. 당분간 싸움의 기술에 있어선 이재명 지사를 능가할 사람을 보기 힘들 거라 내내 감탄하면서 국정감사를 지켜봤습니다."라고 했다.
 
하나 더 인용하자면 김종혁 JTBC 전 앵커는 최근 한 언론 기고에서 이재명 후보의 최근 발언들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했다. 
 
"첫째로 악마화다. 자신을 공격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을 과감하게 악마로 단정하는 것이다. 이재명은 대장동 개발에 대해 “시민 몫을 포기할 수 없어 마귀의 기술과 돈을 빌리고 마귀와 몫을 나눠야 하는 민관 공동개발을 했다”고 주장한다. 이 논리 구조에서 토건업자들은 ‘마귀’고 자신은 어쩔 수 없는 피해자다. 마귀에게 판을 깔아준 게 자신의 측근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일단 상대방을 악마로 만들기만 하면 나의 어떤 행위도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귀와 싸운 대장동 사태는 “특혜를 준 게 아니라 특혜를 해소”한 것이고 “제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을 받아야 할 일”로 둔갑한다.
 
둘째는 엉뚱한 비유와 논점 흐리기다. 이재명은 “노벨이 화약 발명하고 설계했다고 알카에다의 9·11 테러를 설계한 게 될 수는 없다” “한전 직원이 뇌물 받고 부정행위 하면 대통령이 사퇴하냐”고 항변했다. 논리적 연결성이 전혀 없으니 궤변이다. 백여 년 전 유럽인인 노벨이 중동의 알카에다와 무슨 상관인가. 한전 직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유동규는 이재명 자신이 키운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전혀 상관없는 비유를 들어 상황을 얼버무리고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다.
 
셋째는 책임 전가와 적반하장이다. 이재명에게 대장동 사태는 ‘국민의힘 게이트’이고 국민의힘은 ‘장물을 나눠 가진 도둑’이다. 자신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환수 사업’을 완수한 인물이다. 스스로 설계했다고 인정했고 측근이 주도한 사업에서 7,000억 원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는데도 “이재명의 유일한 방패는 청렴”이란다. 따라서 자신을 비판하는 기사는 ‘가짜뉴스’고 ‘이재명 죽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 전 앵커는 "그의 발언들은 과감하고 단호하고 거침없다. 절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상대방에게 덮어씌우고, 현란한 비유를 통해 논점을 회피해 간다. 옳고 그름의 당위적 차원을 떠나 ‘정치와 말’이라는 측면에서 이재명은 달인의 수준에 도달한 듯하다."고 했다
 
어쨌건 이번 국감은 '싸움의 달인' 이재명에 국민의힘이 완패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2월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더 좋은 세상으로' 마포포럼에서 '싸움의 기술, 여당을 이기는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검찰개혁'이란 잘못된 프레임을 만든 여당"이라며 "이들의 언어를 예견하고 뒤집어야 이긴다"고 했다.
 
진 교수는 "현 집권당인 민주당 사람들은 전체주의적 방식으로 소통하고 커뮤니케이션하며, 프레이밍을 짜놓고 대중을 이끈다"며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좌냐 우냐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들은 아예 자유주의 방식의 소통을 차단하고, 사실을 왜곡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기는 야당'이 되기 위해서는 ▲프레이밍 ▲넛지(댓글공작) ▲스토리텔링 ▲레토릭 등 "네 가지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참 잘한다. 기본소득이라는 이슈를 일단 던지고 본다"며 "현실성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되든 안 되든 이재명 지사는 잃을 게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단 (이 지사가 기본소득을) 던졌으니, 다른 사람들이 이에 대해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가 주장하는 틀 안에서 놀게 되는 것"이라고 부언했다.
 
대선이 4개월 여 남았다. 앞서 빅터 위고는 세가지 싸음 중 '자기와 자기와의 싸움'이 가장 중요한 싸움이라고 했다. 지금 이재명은 인간과 인간끼리의 싸움에서 이긴 듯 보인다. 아니 이겼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의 추종자 역시...
 
그러나 그것이 자기와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걸까 묻는다면 결단코 '이길 수 없다'고 단정한다. '비겁한 나', '거짓된 나'는 결코 '정의의 나' '참된 나'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다음 대통령은 '나와 나의 싸움'에서 이긴 자가 승자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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