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9월 1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심일보 대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전두환 옹호 발언' '개사과' 등으로 인해 분노하는 광주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10일 광주를 방문한다.
 
앞서 전날 윤석열 대선 후보는 4·19 민주묘지를 먼저 찾았다. 기념탑에 이어 당시 학생 시위를 주도했던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의 묘역도 참배했다. 오늘 첫 호남 방문을 앞두고 헌법과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먼저 강조한 행보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2시께 전남 화순의 고(故) 홍남순 변호사 생가 방문으로 호남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또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직접 사과할 것으로 전해졌다.
 
홍남순 변호사는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의 시민 학살에 항의하는 행진을 벌였다가 군사재판에서 내란수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호남 일대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다.
 
이후 상무대 영창이 복원된 광주 서구 자유공원을 방문한 뒤 5·18 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다. 윤 후보가 '전두환 비석'을 직접 마주할지도 관심사다. 다만 '전두환 비석'은 5.18민중항쟁 추모탑 일원('신묘역')이 아닌 좌측의 망월공원묘지('구묘역')에 위치해 있어 윤 후보가 따로 방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는 지난 10월22일 비석을 밟으며 "윤 후보도 지나갔어? 존경하는 분이면 밟기 어려웠을텐데"라고 꼬집었다.
 
이날 윤 후보가 오월단체를 직접 마주하는 일정은 따로 예정되지 않았다. 윤 후보 측은 최근 지난 7월 광주 일정 당시 찾아갔던 오월어머니회 방문을 타진했으나, 오월어머니회 측에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후보의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를 하루 앞둔 광주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윤 후보 방문 반대' 목소리를 냈다. 
 
광주지역 50여 개 시민사회단체와 5.18관련 4개 오월단체는 9일 광주시의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학살자 비호, 헌정질서 파괴범 전두환을 옹호하는 윤석열 후보의 광주 방문에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이들은 “진정성 없는 정치쇼로 민주성지 광주를 더럽히지 말라”며 “윤 후보의 사죄의 진정성을 보여라”고 촉구했다.
 
광주 시민단체들은 "광주시민들은 윤석열이 광주 방문을 예고한 10일과 11일 망월 묘역을 찾아 오월 영령을 추모하고, 5·18 민주정신을 되새기는 토론과 윤석열의 정치쇼를 막아내는 단호하면서도 성숙한 비폭력 저항 운동을 조직하자"고 호소했다. 
 
▲ 광주 대학생들 ‘尹 광주 방문 반대’ 대자보 - 9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버스정류장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광주 방문을 반대하는 대자보가 부착돼 있다.(사진= 뉴스1 캡쳐)
또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5·18 민주묘지 참배를 저지하기 위해 묘지 출입구에 천막을 치고 밤샘 농성에 들어갔다. 대진연은 윤 후보가 정치적으로 5·18을 이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대진연 관계자는 “윤 후보의 참배는 진정한 사죄라기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게 둘 수 없는 만큼 참배를 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시민단체들 역시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논란을 맹비난하며 윤 후보의 사과에도 묘지 참배를 막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헌정질서 파괴범 전두환을 옹호한 윤 후보의 광주 방문에 반대한다”면서 “광주 학살자를 옹호한 세력이 국민적 비난에 처할 때마다 되풀이한 위기 수습용 행위극을 진절머리 나게 봐왔다. 병 주고 약 주는 정치쇼로 5·18정신을 더럽히지 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진정한 사과와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면 5·18의 헌법 전문 포함, 당내 5·18 왜곡 세력 청산, 전두환 등 헌정질서 파괴자의 국가장과 국립묘지 안장 배제,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약속하라”고 강조했다. 달걀 투척 등 신체에 직접적인 해를 가하는 행동은 자제하되 5·18묘지 참배단과 열사 묘소를 선점하는 등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윤 후보의 일정을 제지할 계획이다.
 
특히 X 표시를 한 검은색 마스크와 피켓을 들고 윤 후보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로 했다.
 
하지만 광주 시민사회의 강경대응 자제 기조로 이날 큰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광주진보연대·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지난 8일 긴급간담회를 열고 윤 후보에게 달걀 투척행위는 피하되 '썩은 사과'를 전달하는 등 풍자적 차원으로 대응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다음날인 11일에는 전남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을 들른 뒤 곧바로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다.
 
윤 후보는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에 내려가 묘역에 참배하고 그간 논란에 대해 사과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막으려는 진보학생단체 등과 대치하는 상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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