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심일보 대기자] 중국 북송(北宋) 인종(仁宗) 때 온 나라에 전염병이 돌았다. 그러자 전염병을 물리쳐달라는 기도를 부탁하러 신주(信州)의 용호산에 은거하고 있는 장진인(張眞人)에게 홍신(洪信)을 보냈다. 이때 용호산에 도착한 홍신은 장진인이 외출한 사이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복마지전(伏魔之殿)’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전각을 보았고, 호기심이 발동한 홍신은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문을 열고 석비(石碑)를 들추었다. 그러자 안에 갇혀 있던 마왕 108명이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소설 수호지(水滸誌)에 나오는 복마전의 유래다. 작금의 윤석열 대선후보 선대위 인선을 두고 벌이는 힘겨루기 양상을 보고 있으면 '안에 갇혀 있던 마왕 108명'이 뛰쳐나오는 형국이다. 
 
윤 후보가 컨벤션 효과를 등에 업고 지지율이 오른 상황에서 인선 잡음이 계속되면서 벌써부터 논공행상에 자리 다툼을 벌이는 모습은 마치 선대위가 아니라 인수위를 연상시킨다.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윤 후보 캠프에 모여 있는 인사들을 겨냥해 “자리 사냥꾼”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는 없다”고 과감한 개편을 요구했고 윤 캠프 측에서도 김 전 위원장의 고압적 태도에 대해 이런 저런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하면 딱 맞는 표현이다.
 
12일 자정 무렵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국민의 힘 선거대책위원회가 친이계의 복귀로 여겨지며 대선은 물건너 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내홍에 휩싸인 윤 캠프를 직격했다.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기들끼리 해보라 그러죠. 벌써 다 이긴 것처럼 신났던데...밥그릇 생각밖에 없는 돌대가리들이 이재오 같은 퇴물 내세워 대리전 치르는 듯 차 떼고 포 떼고 강판한 죽은 말들 데리고 뭔 장기를 두겠다고...중도층이 고작 무능한 친이계 먹을 밥상 차려주려고 정권교체를 바라는 것은 아닐 터 그 경우 그 쓰레기  선대위, 나부터 신이 나서 까대고 있겠죠"라고 일침을 놨다.
 
이어 "도대체 자기들을 찍을 명분을 줘야 할 거 아냐 초등학생에게 임명장 돌리는 애들 데리고 대체 뭔 선거를 치러..."라고 탄식했다.
 
앞서 진 전 교수는 “선대위 구성은 앞으로 정권을 어떻게 구성하겠다, 어떤 사람들하고 일하고 있다는 걸 미리 보여주는 만큼 자신의 정치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윤 캠프의 성공을 응원한 바 있다. 
 
각설하고 윤석열 후보 입장에선 치열했던 경선 승리에 기여한 중진 인사들을 내치기 어려워 당의 화합에 무게를 두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윤 후보가 결코 간과해서 않될 것은 '윤석열 캠프극'이 국민들의 눈에는 '이전투구' '논공행상'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윤 후보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말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나 지켜보고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혁신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본선 승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충고를 꼭 되새김질 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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