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심일보 대기자] 요즘 정치권에 '등장이 주목되는 인물 중 한 명을 뽑으라'는 질문을 한다면 단연 '킹메이커' 김종인이다. 
 
그의 이름 앞에 붙는 '킹 메이커' 유래는 이렇다. 중세 잉글랜드에서 벌어진 장미전쟁에서 워릭 백작 리처드 네빌이 당시 요크파에 속하던 헨리 6세를 몰아내고 에드워드 4세를 즉위시키는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후에 에드워드 4세와 불화를 겪자 그를 쫓아내고 다시 헨리 6세를 즉위시켰다. 당시 국민들은 이러한 그를 두고 '킹 메이커'라고 불렀다.
 
김종인은 누구?
 
2010년대 들어 우리 정치권은 보수와 진보 상관없이 어려운 일이 불어닥치면 거의 해결사 혹은 킹메이커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김종인을 찾아 도움을 구하고자 했다.
 
그가 승리를 이끌어낸 선거만 해도 새누리당 비대위원 시절의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와 제18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의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시절의 2021년 재보궐선거 등이 있다. 특히 2016년 20대 총선과 2021년 보궐선거에서는 만신창이가 된 정당들을 이끌고 승리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그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 총선 이언주 후보 지지 유세에서 옷 색깔만 바꾼 기호 2번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지나온 정치적 길목마다 중요한 순간과 인물이 많았기 때문에 “여의도 포레스트 검프”라는 별명도 있다. 김종인의 손을 거친 대통령만 박근혜와 문재인이며 두 사람 모두 직접 김종인의 자택을 찾아가 도움을 구한 전적이 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 의견이 맞지 않아 탈당했고, 이후 정치에 염증이 생겼는지 나중에 미래통합당 황교안 당대표가 김종인에게 선대위원장 자리를 맡아달라 했음에도 처음엔 완강히 거부했었다. 
 
'나무위크'에 소개된 설명을 보면 이후 김종인의 회고록이 출간되었는데, 회고록에서 박, 문 두 사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근혜는 하는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데다 자기 뜻대로 안 이루어지면 화를 내고, 동네 건달식 정치를 한다고 깠고, 문재인은 천하가 자기 것인 줄 알고 방자하게 굴고 겉과 속이 다르며 주변 인간관계가 복잡한 사람이라고 깠다. 
 
아무래도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듯. "내가 박 정권, 문 정권을 창출해 낸 바람에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줘 두 번 사과해야 한다"고 셀프디스까지 했다고 했다.
 
'기본소득' 좌클릭 통합당으로 변신
 
지난해 8월 13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의 새로운 가치와 운영 방침을 담은 10대 정책을 공개하며 '환골탈태'를 외쳤다. 진보진영 전유물로 여겨졌던 기본소득 보장과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운 '좌클릭' 행보로 정책의제 선점에 나섰고 국회의원 4선 연임금지, 피선거권 연령 하향, 노동자 존중 등 기존 보수정당의 색채를 지우는 대신 중도로 외연확장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개정안에는 △모두에게 열린 기회의 나라 △미래변화를 선도하는 경제혁신 △약자와의 동행, 경제민주화 구현 △일하는 모두가 존중 받는 사회 △국민과 함께 만드는 정치 개혁 △모두를 위한 사법 개혁 △깨끗한 지구,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내 삶이 자유로운 나라 △남녀 모두가 행복한 양성평등 사회 △우리의 내일을 열어가는 외교안보 등 10가지 분야의 33개 정책이 담겼다. 
 
새누리당(현 통합당) 비대위 시절 정강정책에 담겼다 자유한국당을 거치며 삭제됐던 경제민주화도 부활했다. 통합당은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경제 질서를 수립해 경제민주화를 구현한다"는 내용을 담고, 불공정 행위 엄중 처벌, 탈세·탈루 근절 강화 등을 구체적 과제로 제시했다. 노동 분야에선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와 고용 안전망 확보, 산업재해 근절, 발전적 노사관계 수립 등으로 '사용자 중심'이라는 보수 정당 인식의 틀을 깼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주택 공급과 금융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정치개혁 분야에는 당내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의원 4선 연임 금지'가 포함됐다. 김병민 위원장은 "기득권 타파를 법제화 할 것"이라며 "당내 반대 의견도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변화와 발전의 포문을 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방의회에 청년을 의무 공천하고 주요선거의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내용과 기초의회와 광역의회를 통폐합 하는 조항도 명시됐다. 
 
대통령과 권력기관의 권한을 대폭 줄이는 방안도 내놨다. 청와대 민정·인사수석실을 폐지하고, 대통령비서실에 집중된 권한을 정부부처로 환원한다는 내용이다.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대통령 임명권 폐지와 권력형 비리의 공소시효 폐지도 넣었다. 검찰·경찰·공수처 등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아닌 국민을 대표하는 독립 기구가 인사를 담당하도록 하고, 법관 출신 인사는 퇴직 후 일정기간 정치권 진출을 하지 못하게 했다. 외교·안보 부문에서는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실현, 한미동맹 강화 등을 명시했고, 이외에도 모든 아동의 돌봄과 교육받을 권리 보장, 동물학대 근절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등이 담겼다. 
 
김종인 "文정부, 입으로만 경제정책 하니 LH사건 터진 것" 
 
2021년 3월 29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유세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일일이 열거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이번 선거가 집값 폭등,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등에 대한 시민들의 원성이 높은 가운데 치러지는 만큼 부동산 정책 실패에 초점을 맞췄다. 
 
이어 "이와 같은 건 근본적으로 경제정책의 실패 탓"이라며 "(문 정부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사람들이다. 경제정책을 말로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날 임대차3법 시행 직전 자신의 아파트 전셋값을 올렸다 논란이 돼 경질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거론했다.
 
그는 "정책실장이란 사람이 일반 국민들에게는 전셋값 5% 이상 올려주면 안 된다고 해놓고 자기는 발표 나기 전에 자기 전세금을 14% 올렸다. 이게 오늘날 정부에 소속된 사람들의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러니 정책이란 게 제대로 수립될 수가 없다. 경제정책의 실패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면서 "부동산 정책 25번이나 했지만 한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고, LH 사건까지 터져버리고 만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K-방역에 성공했다고 한다"며 "이 정부는 전혀 예측 능력이 없는 정부로, 세계 각국은 백신을 주문할 때 우리는 멍하니 1년을 보냈다"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예측조차 못 하는 나라에 우리 국민의 운명을 맡길 수 있겠나"라면서 정권교체의 출발점이 되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 후보를 선택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이 사람들(문 정권)이 하는 짓이 어떻게 하면 집권 연장을 할 건가 하는 건데, 언론 장악하고 사법부 장악하고 그러면 정부가 오래 갈 거라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서울시민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과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도 모두 서울시민이 표로서 무너뜨렸다"라고 강조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종인, '윤석열 선대위' 확 바꾼다
 
'킹메이커' 김종인이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또 다시 "정치권 1타 강사"로 등판는 것.
 
17일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대선의 핵심 의제로 ‘김종인표 기본소득’ 도입 등 ‘빈곤과의 전쟁’, 양극화 해소 등 ‘약자와의 동행’을 내걸 것으로 보인다. 대선용 슬로건도 고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또, 김 전 위원장이 오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선대위는 제3지대 주자 중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연대·단일화를 논의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특히 김종인은 핵심 대선 공약으로 김종인표 기본소득을 내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표 공약인 전(全)국민 대상 기본소득의 ‘맞불’ 성격이다. 김 전 위원장의 안은 기존의 현금지원 제도를 통폐합해 중위소득 50% 이하 계층에 기본적 소득수준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그는 당내 약자와의 동행(약동) 위원회의 권한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당장 김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 이 위원회를 직속으로 맡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약동 위원회는 김 전 위원장 주도로 지난해 8월에 꾸려진 위원회다. 사회·경제적 약자를 일으킬 수 있는 사회안전망 대책 등을 논의하던 조직이다. 
 
2명의 대통령과 2명의 시장을 만든 김종인의 변신, 그의 등판에 또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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