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11월 20일을 기준으로 차기 대통령 선거일(내년 3월9일)까지는 110일이 남았다. 4개월이 채 남지않은 시점에서 관심은 여론조사 지지율에 관심이 쏠린다. 조사 방식과 기관, 질문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여론조사에 제대로 민심이 반영되는지 의구심을 보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민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각 대선주자 캠프에서 여론조사의 추이를 면밀하게 살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일 아시아경제는 대선 시즌 여론조사가 실제 투표 결과와 차이를 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 정치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대선까지 110일은 짧지 않은 기간이다.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고려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어떻게 여론 흐름이 변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는 2012년 대선에서도 경험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 6개월 전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6개월 전 여론조사에서의 선두가 대선에서도 승리를 거머쥐었다. 리얼미터가 조사해 발표한 2012년 6월 둘째 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6%포인트), 당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42.8%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조사를 포함해 박 후보는 당시 10주 연속 40%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다. 2위는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21.1%를 기록했다. 3위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11.6%), 4위는 손학규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3.5%) 등이었다. 6개월 뒤인 18대 대선에서 박 후보는 51.55%의 득표율로 승리를 차지했다.
 
17대 대선 6개월 전인 2007년 6월에는 당시 유력 주자던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38.2%로 1위를 차지했다. (리얼미터 주간 여론조사결과,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2위는 당내 유력 라이벌 주자였던 박근혜 후보로 30.4%를 기록했다.
 
당시 이 후보는 ‘BBK 주가 조작 의혹’ 등으로 당 안팎으로 집중 공세를 받았다. 박 후보는 이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좁히고 있었지만, 결국 이 후보는 박 후보를 경선에서 밀어내고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19대 대선 6개월 전인 2016년 11월 첫째 주 리얼미터가 조사한 주간 집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에서의 1위는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로 20.9%를 기록했다
 
이른바 ‘최순실 파문’ 정국 속에서 문 후보는 당시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으로 17.1%, 3위는 안철수 후보로 10.7%를 기록했다.
 
다만, 19대 대선에선 반 총장의 불출마라는 변수가 있었다. 반 총장은 당시 열풍이라 불릴 정도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지지율을 기반으로 ‘반기문 대망론’을 내세워 출마했지만, 귀국 약 20일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문 후보는 대선 6개월 전인 이즈음을 기점으로 거머쥔 선두를 이어갔고, 안 후보와 홍준표 후보 등이 2중으로 뒤를 쫓았지만 대선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광장에서 열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환송하고 있다.
역대 대선 3개월여 전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한국갤럽은 2012년 8월27일에서 31일까지 휴대전화를 토대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을 통해 8월 5주 차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전국 성인 1,555명이 참여했으며, 표본오차는 ±2.5%포인트(95% 신뢰수준)이고, 응답률은 20%로 조사됐다.
 
주요 대선후보에 대한 다자구도 조사에서는 박근혜 40%, 안철수 25%, 문재인 14%, 손학규 2%, 김두관 2%, 기타 1%, 무응답 16%로 조사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율의 3배에 이르렀다.
 
박근혜 후보의 여론조사 우위는 2012년 8월 조사에서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와의 다자 대결 구도에서 고전했던 이유는 정치인 안철수의 존재와 관련이 있다.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2012년 8월 5주 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율의 2배 수준이었다. 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진보·개혁 성향 지지층이 겹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자구도가 아닌 양자구도에서는 한국갤럽의 2012년 8월 5주 차 조사에서 박근혜 후보는 49%, 문재인 후보는 33%의 지지율을 보였다. 양자 대결 역시 박근혜 후보의 우세가 뚜렷했다. 2012년 초반부터 8월 말까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의 우위는 꾸준히 이어졌다. 
 
오차범위를 넉넉히 벗어나는 격차로 박근혜 후보가 앞서 나갔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분석해보면 2012년 대선은 싱거운 승부로 귀결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012년 대선은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양자 대결 중 하나로 기록돼 있다. 2012년 12월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실제로 얻었던 득표율은 48.02%에 달했다. 
 
대선 승리를 기대볼 만한 득표율을 올렸지만 당시 대선 승자는 박근혜 후보가 51.55%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됐다.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넉넉히 앞서갔지만 실제 개표 결과는 3.53% 포인트 차이의 박빙 승부였다. 대선을 약 4개월 앞둔 시점에서의 여론조사와 실제 개표 결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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