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16일 밤, 서울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인근의 실내포장마차 '기똥차'에 모인 이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날 모임을 주최한 가수 싸이(37·박재상)와 이곳의 주인인 매니저 황규완 실장은 물론, 그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가요 담당기자들 역시.

하루 전 온라인에 공개된 싸이의 6집 '싸이6갑(甲)'의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뒤흔들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싸이는 월드스타로 발돋움했다. 15일은 '강남스타일' 발표 2주년이 되는 날이다.

◇'강남스타일' 신드롬, 현재진행형

'강남스타일'은 2012년 당시 양대 팝 시장인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7주 연속 2위, 영국 UK 싱글 차트 1위 등으로 K팝의 역사를 다시 썼다. 30여개국 아이튠스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인기는 여전하다. 7월19일자 빌보드 '랩 스트리밍 송스' 차트에서 호주 래퍼 이기 아잘레아(24)의 '팬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지난 5월 말 영상사이트 유튜브에서 조회 수 20억 건을 훌쩍 넘기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영상' 기록을 경신 중이다.

싸이는 '강남스타일'의 인기에 힘입어 미국과 영국은 물론 프랑스, 말레이시아, 러시아, 브라질 등 20개국에서 프로모션을 펼쳤다. 페스티벌 등 해외 행사의 인기 섭외 대상자이기도 하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빌보드를 비롯해 외신들이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젠틀맨' 이후 1년2개월 만인 지난달 내놓은 신곡 '행오버'에서 미국 힙합스타 스눕독(43)과 협업하는 등 해외 스타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앞서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67) 역시 싸이와 협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 그룹 '테이크 댓' 출신 로비 윌리엄스(40)는 영국의 라디오에서 싸이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팝칼럼니스트인 DJ 김광한씨는 "싸이가 대단한 것은 영미권 아티스트들이 먼저 인정했다는 것"이라면서 "덕분에 한국도 자연스럽게 해외에 알려졌다. 해외를 다니다 보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최규성 씨는 "'강남스타일' 이후 '원 히트 원더'(1곡으로 큰 성공을 거둔 아티스트)로 끝날 줄 알았는데 그가 신곡을 낼 때마다 빌보드에서 반응이 일어난다"면서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했다"고 평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도 "싸이는 이미 세계적인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뮤지션"이라고 봤다.

◇K팝, 위상 격상과 다양화

'행오버'가 6월28일자 빌보드 핫100에 26위로 데뷔하면서 싸이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 가수 중 처음으로 세 곡을 핫100의 톱30에 진입시키는 쾌거를 거뒀다. 명실상부 아시아를 대표하는 가수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특히 아이돌 일변도였던 K팝의 다변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는 "싸이 전까지 K팝은 아이돌 일색이었다"면서 "B급 문화를 바탕으로 한 노래들로 K팝의 다양성에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싸이가 K팝의 전체 파이를 키워놓았다고 봤다. "싸이 전까지 K팝은 동방신기, 소녀시대가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가 주도했는데 싸이로 인해 그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급부상했다. 전체적인 K팝 시장의 규모가 커진 것"이라고 짚었다.

SNS와 유튜브 등 최신 미디어에 기반을 둔 음악으로 음악 소비 행태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평도 있다. 최규성씨는 "고전적인 물리적 음반 시장이 견고한 미국 시장에서 SNS와 유튜브를 통해 인기를 끌었다는 힘 자체가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강태규씨는 "보이는 음악의 위상을 확인시켰다"면서 "듣는 음악 역시 마찬가지지만, 매번 색다른 모습을 내놓아야 하는 '보이는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를 만들기는 정말 어렵다. 싸이는 아이디어가 많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긍정했다.

◇싸이와 K팝의 과제

'행오버'는 핫100에 26위로 데뷔한 지 1주 만에 같은 차트에서 이름이 사라졌다. 이 차트에서 최고 2위까지 올랐던 '강남스타일'이 몇 달간 차트에 머무른 것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강남스타일' 후속곡 '젠틀맨' 역시 몇 주간 이 차트에 걸렸다.

'행오버'는 그러나 만듦새에 공을 들인 흔적이 있음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트렌디 힙합으로 현지에서 이질감 없이 받아들였지만, "새로울 것이 없는 곡인만큼 예전 만한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대중음악계의 분석이다.

김광한씨는 "싸이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캠페인성 내용이 포함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면서 "엘비스 프레슬리, 밥 딜런, 스티비 원더, 비틀스, 레드 제플린이 대표적이다. 싸이가 '행오버'로 선보인 힙합에서도 (싸이와 공연한) MC 해머, 쿨리오,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 투팍처럼 자신만의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행오버'의 후속곡이자 8월 발매하는 새 앨범의 타이틀곡인 댄스곡 '대디'의 내용과 완성도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싸이는 같은 달 한국에서 열리는 굵직한 음악 축제 2개에서 '대디'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1-시티브레이크 2014'(8월 9~1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 'AIA 리얼 라이프, 나우 페스티벌 2014'(8월 15~16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1주 간격으로 등장한다.

싸이의 세계적인 활약은 자신뿐 아니라 K팝 전체에게도 과제를 안겼다. 싸이와 소속사가 같은 그룹 '2NE1'이 지난 3월 발표한 정규 2집 '2NE1'이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K팝 최고 순위인 61위를 기록했지만, K팝의 영향력은 아직 아시아권에 한정된 것이 사실이다.

최규성씨는 "K팝에서 싸이급의 또 다른 뮤지션이 나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아이돌 그룹은 아직 아시아권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만한 가수와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광한씨는 싸이의 '역할론'을 말했다. "싸이가 댄스와 힙합뿐 아니라 국내 타 장르의 아티스트를 해외에 소개하는 역도 감당해야 한다"면서 "해외에서 경쟁력이 있는 여성과 록밴드로 눈을 돌려봄 직하다"는 견해다.

강태규씨는 단지 해외 차트의 높은 순위에 연연하기보다 싸이가 이뤄낸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부에서 싸이가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데, 유튜브 조회 수 20억건은 그가 이미 이 분야에서 최고임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보다 중요한 것은 싸이의 음악적인 열정과 용기를 후배들이 어떻게 배우고 전하느냐가 바로 K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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