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우리네 정치인들은 어떠한가? 마치 자신이 이 세상을 구원하러 내려온 미륵보살인 양 세상을 천지개벽 시키려는 자들도 있고 소셜 디자이너라면서 세상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스케치 하려는 자들도 있는데, 오히려 하지 않음으로 인해 사람의 세상은 보다 편안해지고 안락할 수 있음을 우리네 정치인들만 모르는 것 같다.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움이 결국 하류정치를 만든다는 것이다."
 
故 삼성 이건희 회장이 "대한민국에서 기업은 2류이고, 행정은 3류이며, 정치는 4류"라면서 한 말이다.
 
항우를 이기고 중국의 패자로 우뚝 선 한고조 유방이 죽자 2대 황제인 혜제가 즉위하였고, 한고조 유방을 어릴 적부터 보필하였고 명승상이었던 소하가 죽으면서 유언으로 ‘조참’을 승상으로 지목하였다.
 
조참이 황제인 혜제의 부름을 받고 도성에 도착하였는데 이상하게도 조참은 그날부터 술판만 벌이고 국사는 돌보지 않았다. 한두 번이면 모를까 국사는 전혀 돌보지 않고 술판만 벌이는 조참이 고깝게 보여 보다 못한 혜제가 조참의 아들에게 “너희 아비는 도대체 왜 그러한가?”라고 간접적으로 비판하였으나 조참의 술판은 그칠 줄을 몰랐다. 그러다 혜제가 이래서는 안될 것 같아 조참을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조참이 혜제에게 아래와 같이 반문하였다.
 
조참 : 폐하(혜제)는 선제(한고조 유방)와 비교해서 어떠십니까?
혜제 : 하늘 같은 아버지와 나를 어떻게 비교하느냐? 비교할 것을 비교해야지…
조참 : 그렇다면 전 승상이신 소하와 저를 비교하면 어떠십니까?
혜제 : (부아가 치밀어 오르면서) 그대는 전임 승상인 소하의 발뒷꿈치도 따라가지 못한다!
조참 : 폐하, 잘 보셨습니다. 폐하도 선제와 비교대상이 아니며, 저 또한 전임 승상이신 소하의 발뒷꿈치를 따라갈 수 없으니, 선제와 전임 승상이 남기고 간 것을 부수지 않고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될 텐데 오히려 손대다가 국사를 그르칠 뿐입니다.
 
이렇게까지 조참이 이야기를 하자 혜제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참의 행동을 받아들였다. 조참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의미의 '무위 정치'를 ‘황노의 술’이라고도 하는데, 지나치게 잘하려고 작위적으로 하기보다는 인위적이지 않고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움이 정치의 미덕이라는 것이다. 
 
실력과 소신이 있는 자들이 정치무대에 오르지 않고 철학 부재와 아부와 뻘짓 잘하는 586세대에 둘러싸여 결국 문재인 정부는 "정권교체"를 불러왔지만 이를 받아든 야당은 시쳇말로 아수라장이다.
 
전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지금 윤석열 후보는 내년 지방선거에 나가고 싶은 봉건영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선을 치르고 있다”며 "6일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오늘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와 절대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만남 가능성을 재차 일축했다. 윤 후보측이 이날 만나자면서, ‘의제 사전조율’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이유다.
 
이 대표는 “당 대표와 후보가 의제를 조율하지 않아서 만날 수 없다고 한다”며 “제가 누군가에게 (의제를) 사전에 제출해서 검열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보가 직접 나오지 못하고 핵심 관계자의 검열을 거치자는 의도라고 한다면, 저는 절대 만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표는 “윤 후보가 대선에서 만일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저는 그 다음 날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 후보와 저는 운명 공동체”라며 “후보 옆에서 호가호위하거나, 후보가 정치에 참여한 기간이 적다고 부적절한 조언을 하는 분들은 굉장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후보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제주에 있는) 이 대표와 만나나"라는 질문을 받고 "저는 만나고 싶다. 그래서 시간이나 장소 그런 게, 본인이 지금 아침에 인터뷰하는 것도 봤는데, 만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당사에 정말 가장 최연소고,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젊은 당 대표를, 제가 대선 후보로서 함께 대장정을 간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런 작금의 상황에 대해 저도 좀 당황스럽고 제 스스로가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이들 두 사람은 왜 못 만나는가, 이 대표의 표현처럼 '봉건영주'가 윤 후보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만남을 방해하는 것인가, 아니면 윤석열의 정치력 부재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 대표의 오만인가
 
어쨌건 인위적이지 않고 물 흐르는 듯한 정치, ‘황노의 술’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인수위'를 연상시키는 '아수라 선대위'를 보고 있자면 윤석열 후보와 이 대표의 '자기'정치'가 이건희 회장의 지적처럼 '4류정치'가 맞지 싶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