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세터 조송화 선수가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배구연맹에서 열린 무단 이탈 관련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김승혜 기자] 한국배구연맹(KOVO)은 그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조송화 사태를 들여다봐달라는 요청에 KOVO는 선뜻 결론을 내지 못했다.  조송화와 IBK기업은행 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KOVO는 10일 마포구 연맹 회의실에서 조송화의 성실의무 위반 등에 관한 상벌위원회를 진행했다.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의 결론은 '징계 결정 보류'였다. 팽팽하게 맞선 주장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무철 KOVO 사무총장은 "이해 관계 당사자들이 충분히 소명했고, 상벌위에서 심도있게 논의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선수 의무 이행 부문인데 당사자들의 소명이 상당히 엇갈렸다"고 말했다. 이어 신 사무총장은 "상벌위에서는 사실 관계 파악의 한계가 있기에 징계 관련 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보탰다.
 
IBK기업은행의 주장이자 주전 세터로 시즌을 시작한 조송화는 지난 12일 KGC인삼공사전 이후 팀을 떠났다. 구단 설득으로 코트에 돌아왔지만 16일 페퍼저축은행전 이후 다시 짐을 꾸려 나갔다.
 
김사니 코치의 감독대행 승격과 서남원 전 감독의 퇴진 등 최근 배구계를 강타한 IBK기업은행발 사태의 시발점이 바로 조송화의 이탈이다.
 
조송화는 합당한 절차를 밟아 나갔던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IBK기업은행은 무단 이탈이라고 맞서는 중이다.
 
직접 상벌위에 출석한 조송화도 소명의 대부분을 이 대목에 할애했다.
 
11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조송화는 10일 오전 서울 상암동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서 변호사와 함께 참석했다. 두 손을 모으고 굳은 표정으로 참석한 조송화는 자신의 법률대리인을 통해 그동안 굳게 다물었던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조송화의 법무대리인 법무법인 YK의 조인선 변호사는 "조송화 선수는 팀을 나간 적이 없다. 무단이탈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조송화도 계속 선수로 뛰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인선 변호사는 "18일 구단 관계자가 '(조송화는) 무단 이탈이 아니고, 단지 선수가 몸이 아프다고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재 나오고 있는 무단 이탈은 구단도 최초에 인정하지 않았던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당시 발표 내용이 담긴 기사의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캡처해 흔들어 보이기도 한 조 변호사는 "팀을 (무단으로) 나간 적이 없다. 16일 경기에도 참가하고 대기했다. 감독께 인사까지 한 뒤 구단에서 제공한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이야기가 다르다. IBK기업은행은 조송화의 주장과 달리 이탈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상벌위원들에게 주장했다.
 
신 사무총장은 "'무단'이라는 점에 양측 주장이 상당히 엇갈린다. 어느 것이 맞는지 지금 연맹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서 "연맹은 수사권이 없기에 사실 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 조사, 수사를 할 수 있으면 결론을 내렸겠지만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건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종목별 프로스포츠 표준계약서를 도입한 이후 처음 벌어진 분쟁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예전이라면 징계성 임의탈퇴로 처리할 수도 있었겠지만, 프로스포츠 표준계약서에는 선수의 '서면'에 의한 자발적 신청을 전제로 임의해지 절차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KOVO가 사실상 중재를 포기하면서 결국 이해 당사자들인 조송화와 IBK기업은행이 직접 해당 문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잔여 연봉 지급 문제와 선수 생활 연장 등 워낙 민감한 문제들이 엮인 만큼 법정 싸움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번 사태에서 구단 프런트가 보여준 부실 행정은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를 자신이 범한 이탈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도구로 사용한 조송화 역시 팬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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