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에서 열린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추모식에 참석해 동상에 헌화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정재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종부세) 중과 완화, 전두환 공과 평가 등 이른바 '우클릭'에 나서면서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에서 전두환 공과를 언급하고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공사재개도 시사했다. 이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의식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입장도 밝혔다. 문재인 정부 정책과의 차별화를 통해 정권심판론을 극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외연 확장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10일 종부세와 양도세율을 각각 최대 6%와 72% 인상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양도세 중과 전 1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다주택자가 주택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했지만 되려 주택을 팔지 않고 증여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이른바 매물 잠김 현상만 심화됐다.
 
민주당은 지난 4·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악화된 부동산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부동산 세금 부담 완화를 추진했지만 당내 반발로 1가구1주택자에 한해서만 입법이 이뤄진 바 있다. 부자 감세에 대한 반감은 물론 매물 잠김 해소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쇄도해서다. 정부도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지난 11일 "종부세 과다 부담이 부담되고 팔고 싶은데 양도세 중과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입장이 있는 것 같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당과 협의 중이라고 공개했다. 그는 "효과 있냐 없냐 논쟁 많이 있기는 한데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도 했다. 
 
그는 "시골 움막을 사놓았더니 주택으로 쳐서 2주택자 종부세로 중과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데 타당한 것 같다"며 다주택자 종부세 핀셋 완화 방침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이 거센 점을 감안해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이 후보의 입장을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윤호중 원내대표와 박완주 정책위 의장은 이 후보의 발언에 12월 임시국회내 처리 가능성을 내비쳤다. 
 
선대위 정무실장을 맡은 '친문' 윤건영 의원도 15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후보 발언이나 정책 흐름을 보면 문재인 정부와 결이 달라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기 생각을 밝히는 것을 차별화라고 규정하는 것은 여의도 정치권 시각"이라며 이 후보를 감쌌다.
 
윤 의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해서도 "당내 다양한 의견은 당연한 것이고 그런 부분을 조화롭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정부 여당의 몫"이라며 "제기되는 문제를 세밀하고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전두환 공과 발언'에 대해선 ""전두환씨 관련 발언은 전체 맥락과 상관 없이 후보의 일부 발언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일부 발언의 진위가 다소 다르게 전달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옹호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역행에 대한 반감은 물론 정책 효과도 없이 부자감세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해 "후보가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면서도 "이미 정해진 정책의 기조, 매우 예민하고 중요한 정책을 흔들어놓을 정도로 하는 건 매우 바람직하지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칫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혼란으로 시그널을 줘서 시장에 엄청난 혼란과 또 출렁이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대선 후보라 할지라도 자신의 의견이 있다고 할지라도 당내 의견을 먼저 수렴을 거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 평가 발언에 대해 "국민적 인식이나 가치 기준과 동떨어져 있다. 오히려 표를 잃게 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이상민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전두환씨는 전직 대통령임에도 국가장을 치르지 못할 정도로 국민 여론이 안 좋다. 여론이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국민의 보편적, 일반적 가치 기준에 너무 반한다"면서 "그런 인물에 대해 '공은 이렇다'고 얘기하는 것은 국민적 인식 또는 가치 기준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결국은 표를 얻고자 그 지역에 가서 발언을 한 것인데 아무리 표를 얻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표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치의 실종'을 지적한 이 의원은 "결과가 그럴 듯하면 과정은 무시해도 된다는 '결과 지상주의'라는 위험한 논리에 함몰될 수 있다"며 "옳지 않다"고 거듭 비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세워진 경부고속도로, 구미 금오공과대학에 찾아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성과를 인정한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상민 의원은 "그런 발언으로 국민의힘 후보에게 갈 표가 우리 당 후보에게 올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늘날 국민의 민도를 너무 무시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은 정치인들보다 수준이 더 높은데, 호남에 가서 이렇게 말하고 대구에 가서는 또 다르게 말하는 건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지금은 협업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짚고, "기업과 노동, 소상공인 현장에 가서 행보를 보이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하다. 그런 행보를 하는 와중에 박정희, 전두환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인 정성호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후보의 전두환 발언에 대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공을 논할 자격이 없는 분이다. 그런 표현은 좀 부적절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강병원·진성준 의원은 정부 정책의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14일 같은 방송에 출연해 "이미 한 번 1년의 중과 유예를 해줬는데 다시 또 추가로 6개월 혹은 1년을 준다고 해서 매물이 확 쏟아질 것이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정부 정책의 신뢰가 무너짐으로써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전두환 발언에 대해서도 "전두환씨에 대한 공을 말씀했던 부분은 불필요한 발언이 아니었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진 의원도 13일 같은 방송에서  "양도세를 완화하자고 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내에서 논의할 기회가 있으면 저는 반대 의견을 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후보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