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
[김승혜 기자]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며 폐암과 싸워온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54 본명 김철순)이 폐암 투병 2년 여만에 사망했다.
 
김철민은 16일 오후 2시께 원자력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눈을 감았다. 빈소는 원자력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했다. 고인은 2019년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을 이어왔다. 그해 11월부터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까지 복용하며 완쾌 의지를 보였다. 상태가 호전됐다고 주장했으나, 10개월 뒤 부작용으로 복용을 중단하고 항암 치료에 전념했다.
 
김철민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작별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남긴 지 6일 만에 숨을 거뒀다. 당시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썼다. 
 
그 동안 SNS를 통해 투병 근황을 알렸다. 지난 7월 "지금 온몸으로 퍼져 있는 암세포와 싸우고 있다. 너무 너무 아프지만 끝까지 버텨 보겠다"며 "나를 위해 기도해 주고 응원해 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라고 전했다. 한 달 뒤인 8월 '이별의 시간이 오고 있네요'라는 제목으로 라이브방송을 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7분 가량 카메라만 응시하며 가쁘게 숨을 몰아쉬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철민은 지난해 채널A '개뼈다귀'에 개그맨 김구라, 박명수, 이성재, 지상렬과 함께 출연했다. 박명수는 김철민을 대신해 버킷리스트를 이뤄줬다. 당시 김철민은 "내가 쓰러졌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준 친구가 박명수"라며 "그 동안 정말 열심히 달려서 스타가 됐고, 가정을 이뤄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젠 네 몸을 사랑해야 한다. 내가 못한 게 그거야"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동료들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DJ 하심은 페이스북에 "하늘의 마음 자리. 광대 김철민"이라며 "소풍 끝내고 원래 있던 그 자리 하늘나라로 귀천했네요.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고 추모했다. KBS 1TV '아침마당' 이헌희 PD는 "대학로의 사나이 김철민 잘가시오.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라고 했다.
 
하심은 김철민과 30년 지기다.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믿겨지지 않는다. 며칠 전까지 영상통화했는데…"라며 "(김철민이 마지막으로 SNS에 글을 남긴) 그날도 통화했다. 포기하지 말자고, 이겨내자고 했는데 '많이 아프다'고 하더라. 그 동안 함께 여행도 많이 다니고, 버스킹 공연도 많이 했다. 김철민은 그냥 착한 사람, 타고난 개그맨"이라고 추모했다. "철민이가 펜벤다졸을 복용할 때도 요양원에 같이 있었다"면서 "'강아지가 먹는 걸 네가 왜 먹느냐'면서 말렸는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고 하더라. 하늘나라에선 최고 스타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김철민은 1994년 MBC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버스킹 공연을 했다. 개그맨 김형곤 눈에 띄어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MBC TV '개그야'와 영화 '청담보살' 등에 출연했다. 나훈아 모창가수 '너훈아'로 알려진 김갑순이 작은 형이다. 김갑순은 2014년 간암으로 사망했다. 부모와 큰형도 모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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