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심일보 대기자] 어제는 소위 '사과'가 언론의 화두가 됐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아들의 불법도박을 사과’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배우자 김건희 씨의 경력 허위기재 의혹에 대한 '예약 사과'가 대선판을 달궜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서 “자고 일어나면 여야 후보 진영, 본인, 가족 비리가 서로 물고 물리는 범죄 혐의자들끼리의 역대급 비리 대선이 진행되고 있다”며 “누가 더 좋은 후보인가를 고르기보다 누가 덜 나쁜 후보인가를 골라야 하는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됐다. 피장파장인 후보들끼리 서로 손가락질 하는 역대급 비리 대선"이라고 이 후보와 윤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대선 경쟁에서 밀려난 아쉬운 분노로 읽힐 수도 있겠지만 작금의 대선판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도 같지 않을까 싶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장남의 불법도박 의혹과 관련해 사실을 인정하며 재빠르게 사과했다.  하지만 국민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없는 빠르기만 한 사과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의 출마 후 사과 횟수는 두 자릿수에 이른다. ‘형수 막말’ 사건에 당내 경선부터 거듭 고개를 숙였고 음주운전 전력에 대해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 드린다”고 했다. 2006년 교제 살인을 저지른 자신의 조카를 변호한 일도 사과했고, 대장동 의혹에도 “해명보다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가 먼저여야 했다”고 고개 숙였다. 시쳇말로 '사과 인생'으로 비쳐진다.
 
윤석열 후보는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기재 의혹과 관련해 “국민이 기대하는 눈높이와 수준에 미흡한 점에 대해 저나 제 처나 국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의혹 제기를 여당의 정치 공세로 규정하고 “(사실관계를) 잘 모르면서 사과한다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라고 했다. 사과할 의향은 밝혔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먼저라며 당장 공식 사과를 하는 데는 선을 그었다.
 
이 또한 '사과 같지 않은 사과'로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어정쩡한 사과’가 아닌 전제 없는 사과가 필요한데 말이다. 
 
'사과의 정석'이란 게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메르스 사태 사과’는 ‘확실’한 사죄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경우다. 2015년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전염병 확산의 진원지가 된 점에 대해 머리를 숙였다. 당시 이 부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잘못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또 사과의 주체를 국민과 피해자로 명확히 하고 구체적인 지원책까지 제시해 ‘사과의 정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악화됐던 국민들의 평가는 사과 직후 빠르게 회복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정권 교체'를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가 17일 한 언론 칼럼을 통해 "이재명이 싫어서 찍겠다는 표에만 기대면 이회창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좋아서 찍겠다는 사람과 필요해서 찍겠다는 사람이 늘어나야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고 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윤석열 후보는 부인 김씨의 허위 경력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적시해 사과하고 구체적인 ‘액션’을 취해야 한다. '대쪽 판사' 이회창의 대선 실패를 반면교사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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