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빛포럼 대표/지에스리테일 고문
해질녘이면 문 밖에서 변함없이 들려오는 소리 하나 있습니다. ‘까르륵’하는 소리입니다. 기러기가 날아가면서 내는 소리입니다. 높은 하늘을 나는 것임에도 산속에서는 그 울음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이 선명하게 들려옵니다. 고즈넉한 산 위를 부드러운 날갯짓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바라보노라면 질서정연한 모습 자체가 경의롭지요
 
먼 길을 떠나가는 기러기 무리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참새처럼 요란하게 날지도 않구요. 부드러운 날갯짓만으로 귀향길을 따라 날아갑니다. 맨 앞에 선 대장 기러기는 전체 무리들을 잊지 않고 샛길로 새는 법이 없습니다. 자신의 길을 따라 오는 무리들이 편안하게 날 수 있게 방향을 그르치지 않습니다. 나머지 무리들도 선두의 방향을 거스르지 않고 따라갑니다. 행여 지친 친구가 있으면 서로 자리를 바꾸면서 금방 다시 삼각형 대오를 정비합니다. 
 
전통혼례에서 목안을 주고받을 만큼 금슬이 좋다는 기러기. 한 번 맺은 언약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이가 죽은 뒤에도 다른 새끼를 배지 않고 마지막까지 가족을 살핀다는 기러기. 가족애 하나만을 위해 온갖 외로움을 이겨내며 홀로 일하는 아빠를 기러기 아빠라 부를 정도로 기러기는 사람과 가까이 있습니다. 기러기가 살아가는 방식은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오늘은 톰 워삼(Tom Worsham)"이 쓴 '기러기'란 소설을 통해 기러기의'세 가지 덕목'을 생각해 봅니다.
 
기러기의  세 가지 덕목                  

기러기는, 다른 짐승들처럼, 한 마리의 보스가 지배하고, 그것에 의존하는, 그런 사회가 아니랍니다.

먹이와 따뜻한 땅을 찾아, 4만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기러기의 슬픈 이야기가 사람들의 눈물 샘을 자극합니다.

기러기는 리더를 중심으로, V 자 대형을 유지하며 삶의 터전을 찾아, 머나먼 여행을 시작합니다.

가장 앞에서, 날아가는 리더의 날개 짓은 기류의 양력을 만들어 주기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대장 기러기는 뒤에 따라오는, 동료 기러기들이 혼자 날 때보다, 70% 정도의 힘만 쓰면 날 수 있도록 맨 앞에서 온 몸으로 바람과 마주하며 용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먼 길을 날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울음 소리를 냅니다. 우리가 듣는 그 울음 소리는 실제 우는 소리가 아니라 앞에서 거센 바람을 가르며, 힘겹게 날아가는 리더에게, 보내는 응원의 소리입니다.

기러기는 부산에서 서울 간을, 왕복 40번에 해당하는 머나먼 길을 옆에서 함께 날개 짓을 하는 동료와 서로 의지하며 날아 갑니다.

만약 어느 기러기가 총에 맞거나 아프거나 지쳐서, 대열에서 이탈(離脫)하게 되면 다른 동료 기러기 두 마리도 함께 대열에서 이탈해 지친 동료가, 원기를 회복해서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또는 죽음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동료의 마지막을 함께 지키다 무리로 다시 돌아 옵니다.

톰 워삼(Tom Worsham)이 쓴, '기러기' 의 일부입니다.

어쩌면 미물인 새가 그럴 수 있단 말인가요?

만약 제일 앞에서 나는 기러기가, 지치고 힘들어지면 그 뒤의 기러기가 제일 앞으로 나와, 리더와 역할을 바꾼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러기 무리는 서로 순서를 바꾸어, 리더의 역할을 하며, 길을 찾아 날아간답니다.

이렇게, 서로 돕는 슬기와 그 독특한 비행 기술이 없다면 기러기 떼는 매일 수 백킬로를 날면서 해마다 수 천 킬로를 이동하는 그 비행에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는 속담의 의미를 깨우칩니다.

결혼식 폐백에, 기러기 모형을 놓고 예(禮)를 올리는 것은 기러기"가 가지고 있는 세 가지 덕목을 사람들이 본받자!는 뜻이라고 합니다.

첫째, 기러기는 사랑의 약속을 "영원히 지킵니다.

보통 수명이 15~20년 인데 짝을 잃으면 결코 다른 짝을 찾지 않고 홀로 지낸다고 합니다.
  
둘째, 상하의 질서를 지키고 날아갈 때도 행렬을 맞추며 앞서가는 놈이 울면 뒤따라 가는 놈도 화답을 하여, 예를 지킨다고 합니다.

셋째, 기러기는 왔다는 흔적을 분명히 남기는 속성이 있다고 합니다.

인간이 추구하는 삶은 어떤 삶이어야 한다고 규정 짓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적어도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삶을 사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삶이라도 그것이 나 뿐만 아니라 누구에겐가 도움되는 삶...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행복에 가치를 둘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인류는 훨씬 행복하게 살게 될 것입니다.

아픈 사람에게는 치유의 존재가 되어야 하고 지혜"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지혜를 나누어 주며 인정이 메마른 곳에는 사랑의 감동을 나눌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도 비 오는날 우산을 들어주는 여유가 있으면 더 좋으련만...그것이 어려울 때는 함께 비를 맞는 것도 큰 위로가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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