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임선대위원장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회동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심일보 대기자] 지난 6월 9일 당시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는 이준석 후보를 향해 "참을 수 없는 그 입의 가벼움으로 범야권 전체가 위기에 내몰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주 후보는 "윤 전 총장이 입당을 원하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으면 충분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주 후보가 문제로 삼은 부분은 이 후보가 이날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을 두고 "파렴치 범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입당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한 대목이다.
 
당시 주 의원의 이준석 대표를 향한 "참을 수 없는 그 입의 가벼움" 발언이 6개월 후 현실화(?) 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고 올린 후엔 연락도 끊었다. 선대위가 출범(6일)도 하기 전 당이 혼란에 빠진 건 너무도 당연한 일. 
 
당시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여전히 책임을 지는 당 대표라기보다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평론가 행세를 하며 시비를 가리려 한다", "자기 정치 또는 자기주장 관철을 위해 당내 분란도 마다하지 않는다",  "상대 당이 아닌 당내 인사들과 싸운다"는 것들이었다.
 
한 신문은 "바른미래당 시절부터의 방식인데, 대표가 되고도 달라지지 않았다. 경선 과정에서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공개적으로 갈등한데 이어 이번엔 보이콧까지 갔다."고 했다. 이어 "국민은 권력 투쟁에 대단히 냉소적이다. 지금도 “다 이긴 줄 아느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이견을 틀어막는 민주당도 문제지만 중구난방인 국민의힘도 문제다. 그 중심에 이 대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핵관들이 그렇게 원하던 대로 이준석이 선거에서 손을 뗐다"며 선대위원장 직을 던져 버렸다. 그러면서 "당대표 역할 충실히 할 것"이라 했다.
 
그는 조수진 최고위원이 선대위에서 사퇴한 직후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오늘로 당 대표의 통상 직무에 집중하겠다"며 "세대결합론이 사실상 무산되었으니 새로운 대전략을 누군가 구상하고 그에 따라서 선거 전략을 준비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선대위 사퇴로 사실상 차기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세대결합론'을 성공시키기는 어려워졌다는 비아냥이다. 
 
그는 선대위원장을 사퇴한 후 SNS '자기정치'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23일 장 의원을 겨냥해 이른바 ‘윤관핵’이라고 공개적으로 규정했다. 그는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장 의원이 나도 모르는 얘기를 막 줄줄이 내놓기 시작한다. 굉장히 정보력이 좋으시거나 아니면 핵심 관계자임을 선언하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이 대표 등을 비판하는 논조의 보도 등이 ‘윤관핵’의 발언을 빌리는 형식으로 이어지자 이 후보가 장 의원을 분란 유발의 당사자로 지목한 것이다.
 
또 그는 장 의원에 대해 “선대위 조직에 없는 사람이라서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부산(장 의원의 지역구)을 벗어나면 제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녀 관련 문제로 선대위에 불참한 채 백의종군하기로 했던 장 의원이 여전히 선대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모욕적 인신공격”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대선을 70여 일 앞둔 엄중한 시기에 당이 진흙탕 싸움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다”며 수위 조절에 나섰지만 선대위 중진들이 장 의원을 두둔하고 있어 당내 편 가르기가 노골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장 의원은 뒤에서 속닥거리고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같은 당 선대위의 내홍이 깊어지면서 자중지란에 실망한 민심은 등을 돌렸다.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서는 윤 후보의 지지율이 직전 조사(12월 2주)보다 7%포인트 하락한 29%를 기록했다. 이로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35%)와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됐다. 당내 경선 이후 39%(11월 2주)까지 올랐던 지지율과 비교해보면 윤 후보는 한 달여 만에 10%포인트를 잃어버린 셈이다. 
 
특히 당 지지층인 보수층과 청년 지지층이 동시에 이탈하고 있다. 윤 후보의 중도층 지지율은 23%로 직전 조사보다 12%포인트, 보수층 지지율도 9%포인트 하락했다. 심지어 이번 조사에서는 정권 심판론도 지난 조사보다 4%포인트 하락한 42%를 기록해 국정 안정론과 동률을 이뤘다.
 
지금 '이준석의 정치'가 무엇이고 왜 이런 '몽니'를 부리는지 본인은 알 것이다. 마치 자신의 적이 윤석열 후보인양...물론 이같은 아수라장을 만든 것에 윤 후보의 책임도 크다. 그러나 지금의 이준석 대표를 통해 앞서 주 의원이 지적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본다.
 
적어도 오늘, 기자가 알았던 이준석 현상은 '돌풍'이 아닌 '신기루'였고 그 역시 '자기 청치'에 빠진 설 익은 아마추어 정치인라는 것을 느낀다. 향후 그가 어떤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그가 그토록 믿고 있는 청년세대가 그의 이같은 행동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가 정치인의 생명인 명분을 잃은 것은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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