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망원경을 실은 아리안5호가 25일(현지시간)오후 12시20분께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유럽우주국(ESA) 우주발사기지에서 발사되는 모습.
[정재원 기자] 인류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망원경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우주로 성공적으로 발사돼 순항을 시작했다. 이 망원경은 우주의 기원에 관한 호기심을 풀어주는 임무를 띠고 있어서 성탄절에 인류에게 선물 보따리가 됐다는 평가다. 
 
태양 주위 궤도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우주 비밀을 풀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웹망원경을 실은 아리안5호는 이날 오후 12시20분께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유럽우주국(ESA) 우주발사기지에서 발사됐다.
 
웹망원경은 발사 27분가량 뒤인 오후 12시47분께 아리안5호에서 분리됐다. 지구 중력에서 벗어난 뒤 스스로 펴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망원경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태양패널부터 시작해, 폭이 테니스장 크기인 여러 겹으로 만든 거대 우산 모양 포일이 펼쳐진다. 태양열과 지구 및 달에서 오는 열을 가리기 위한 용도다.
 
이후 육각형 18개로 된 금을 입힌 베릴륨 거울이 펼쳐진다. 빛을 모으는 장치로, 별과 은하계 탄생 등 130억 년 전 우주 태생기에서 발생한 빛을 포착하기 위한 용도다.
 
웹망원경은 29일간 우주를 항해해 태양 주위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지구에서 약 161만㎞ 떨어진 곳으로,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네 배가량이다. 이후 관측 준비를 마치는데 5개월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이날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웹망원경을 '타임머신'에 비유하며 "우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며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인지와 영원한 탐색(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놀라운 것을 발견할 것"이라면서 "해야 할 일이 수없이 많고,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 큰 보상에는 큰 위험이 있다는 걸 안다"고 덧붙였다.
 
요제프 아슈바허 ESA 국장은 "오늘 인류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제임스웹은 적외선 망원경으로, 허블망원경보다 성능이 100배 이상 뛰어나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잡아내지 못하는 파장의 빛을 잡아낼 수 있다. 은하계가 형성되던 시기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빛을 포착할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다.
 
최종 목표는 최초의 빛을 넘어 우주대폭발(빅뱅)이 있던 시기 이후 3억 년 이내 전환기 빛을 잡는 것이다. 이 시기 우주 확장과 냉각과정을 거쳐 최초 항성들이 태어났다.
 
▲ 미 항공우주국이 2017년 4월에 제공한 사진으로 기술자들이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을 들어 올리고 있다. 25일 오전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기지에서 아리안 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특정 행성 대기 연구도 기대된다.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 항성 주위를 도는 프록시마 b(Proxma b) 행성 등 먼 곳에 있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 대표적이다. 산소, 메탄 및 외계 생명체 존재를 식별하는 분자들을 추적하기 위해서다.
 
카이퍼 띠(Kuiper belt; 해왕성 궤도 외부에 있는 소천체 전부를 가리키는 말)에 속한 명왕성, 하우메아(Haumea), 마케마케(Makemake), 오르쿠스(Orcus), 세드나(Sedna) 등 태양계에 속한 외행성도 별도 관측할 수 있다.
 
성공할 경우 우주에 대한 혁신적인 이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갈릴레오의 작은 망원경을 통한 목성 위성 발견이 이탈리아 역사에 갖는 의미만큼이나 이번 프로젝트가 나사에 큰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도 있다.
 
웹망원경에는 1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연료가 장착돼 있다. 지구에서 바라보는 태양 뒤편에 자리하는 만큼 우주인 파견이 어려워 수리는 불가능하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나사의 숙원 사업으로, 1950년대 국무부 출신 나사 국장 이름을 땄다.
 
프로젝트는 1990년대 시작됐다. 당시 추산 비용은 5억 달러(5,900여억 원)였지만, 비용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97억 달러(약 11조 5,200억 원)로 불어났다.
 
웹망원경이 제대로 기능하기까지 난관도 적지 않다.
 
나사는 앞서 이번 임무가 344가지 잠재적 "편단 접지 고장" 위험을 이겨내야 한다고 밝혔다. 토마스 주부첸 나사 과학자 대표는 "떨리는 건 아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복잡한 임무로, 간단히 만들 방법이 없다"고 말했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나사와 유럽, 캐나다 우주 기관이 협력해 진행했다. 나사는 이번 프로젝트에 29개국 출신 약 1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메릴랜드주 그린벨트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소속으로 알려졌다.
 
앞서 나사는 죔쇠 고장이나 발사체와 지상 통제소 통신 문제 등으로 최근 몇 주간 발사를 두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오는 2022년 1월6일까지 매일 오전 30분간 관찰할 수 있으며, 이후 일주일간 달이 중간에 끼어들어 관찰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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