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해 11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며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김민호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측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1,827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부인하면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안정적 사업을 위해 지시한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10일 주장했다.
 
앞서 김만배씨는 대장동 개발에 대해 “그분의 사업 방침에 따랐을 뿐”이라고 했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그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가리킨 것이란 해석이 나왔는데, 실제 김씨 측이 이날 법정에서 이재명 후보를 특정한 것이다. 
 
이날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 심리로 열린 ‘대장동 일당’의 첫 공판에서 김씨 변호인은 이 같이 말했다. 김씨 변호인은 “‘7개 독소조항’이라는 것은 대장동 개발 사업의 기본구조로, 당시 정책 방향에 따라 성남시의 지시·방침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씨 등 대장동 사업 관계자들과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은 대장동 사업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5년 2월 공모해 ‘초과 이익 환수’ 조항 등 7개 조항을 삭제한 바 있다. 예상보다 많은 이익이 나면 성남도개공이 이익을 환수한다는 조항이 사라지면서 화천대유 측이 수천억 원대 막대한 이익을 가질 수 있었다.
 
이날 검찰은 정영학 회계사가 정민용 변호사를 통해 화천대유에 유리한 7가지 필수 조항을 대장동 공모지침에 담았다고 의심하는데, 김씨 측은 이 조항들이 성남도개공에 안정적인 사업을 위한 방침에 불과했다고 맞섰다.
 
반면, 검찰에 '녹취록'을 제공한 정 회계사는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재차 밝혔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이상 구속), 정 회계사, 정 변호사(이상 불구속)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정 회계사를 제외한 4명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김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PT를 진행해 '당시 성남시 방침에 따라 사업이 진행됐으며, 화천대유가 가져간 수익은 고위험을 감수한 투자의 결과'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대장동 민관합동개발 공모지침서가 나온 2015년, 이미 민간사업자에게 많은 수익이 돌아가도록 사업을 설계했다고 의심한다. 화천대유에 유리한 7가지 조항이 담긴 공모지침서가 검찰 판단의 핵심 근거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씨는 이날 이 조항들에 대해 "독소조항이라고 하는데, (이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안정적 사업을 위해서 지시한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실제로 공공의 동의를 얻으려면 이 정도로 확정수익을 보장해야 하고, 안정적인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사가 대장동 개발의 확정 수익만 가져가도록 하는 사업협약을 맺게 된 것은 안정적 사업 진행을 위한 결과였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검찰이 지적한 7가지 조항을 거론하며 "성남의뜰이 민간사업자로 선정되는데 유리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모지침서가 작성되기 직전 화천대유를 설립, 사전에 지침서 내용을 숙지해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민관합동으로 한다는 것은 수개월 전부터 언론에 보도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사건은 예상보다 개발이익이 너무 커지자, 정산비율에 대해 동업자 간 이견이 생겨 그 과정에서 생긴 과장적 언사로 사실관계가 과장된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피고인들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혐의는 대부분 부인했다. 정 변호사는 "대장동 사안은 저에게 있어 대단히 자랑스러운 업적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회계사는 "공소사실에 대해 실질적으로 다 인정한다"며 "있었던 일들에 대해 사실대로 다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2015년 대장동 민·관 합동 대장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화천대유 등에 유리하도록 공모지침을 작성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게 했다며 기소했다.
 
그 과정에서 성남도개공 지분에 따른 최소 651억 원 상당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시행이익을 화천대유가 부당하게 취득하게 해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다. 검찰은 이들의 배임액을 1,827억 원으로 파악하지만, 아직 분양이 완료되지 않은 블록 등도 있어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김씨에게는 이런 특혜를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 원을 주기로 약속하고, 실제 5억 원의 뇌물을 준 혐의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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