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경제 비전선포식을 하고 있다.
[정재원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실장 소환조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진상규명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와 정진상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전 성남시 정책실장)을 업무상배임죄 위반으로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했다고 11일 밝혔다.
 
사준모는 ‘대장동 개발 의혹’의 첫 공판기일에 이 후보와 정 부실장이 빠진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준모는 “첫 공판에서 김만배 씨 측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가 지시한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업무상배임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며 “정작 대장동 사업을 설계하고 실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을 빼고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사준모는 이 후보가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로 업무상 배임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사준모는 “언론보도에 따르면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의 초과이익 환수를 포기하는 등 독소조항 7개가 있었다는 게 재판절차에서 밝혀졌다”며 “이로 인해 이 후보가 시장이던 성남시는 더 얻을 수 있었던 수천억 원의 손해를 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대장동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었다고 하지만 성남도개공 내에서도 화천대유자산관리에게 과다한 이익이 귀속되는데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며 “최초 대장동 사업자 공모 때 성남도개공에 유리한 공모자도 있었다고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또 사준모는 “성남도개공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됐고 실소유주인 민간사업자(화천대유 등)은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며 “이 후보와 대장동 4인방은 업무상배임 혐의에 있어 공범관계”라고 주장했다.
 
사준모는 정 부실장이 이 후보와 공범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사준모 측은 “정 부실장은 이 후보의 실무를 총괄한 자로 알려져 있고, 화천대유 등에게 과도한 이익을 주고자 황무성 성남도개공 초대 사장에 대한 강제 사직 종용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실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함께해 온 인물로, 이번 사건 윗선 의혹 수사의 열쇠를 쥔 핵심 인물로 꼽힌다. 
 
이날 뉴시스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 달부터 한 달이 넘도록 정 부실장 측과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정 부실장은 지난해 말 검찰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출석 일자를 조율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그가 이달 초순께 검찰에서 조사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불발됐다. 선거 일정 등을 이유로 재차 조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실장은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시공사) 사장 사퇴 압력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지난해 황 전 사장이 고(故) 유한기 전 성남도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당시 유 전 본부장이 '정 실장'과 '시장님'을 수차례 언급하며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발언이 담겨 있다. 정 부실장은 사퇴 종용 발언 녹취가 이뤄졌을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었다. 
 
황 전 사장은 유 전 개발본부장의 사퇴 종용 녹취가 2015년 2월6일에 된 것이라고 했다. 직권남용 혐의 공소시효가 7년인 점을 고려할 때 다음 달 초순께 공소시효가 끝나는 것이다. 
 
사퇴 종용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 전 개발본부장이 지난달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상황에서 정 부실장 조사까지 계속 미뤄지면서 공소시효 전에 사건 처분이 이뤄질 가능성에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정 부실장은 대장동 의혹 관련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을 압수수색하기에 앞서 정 부실장과 유 전 기획본부장이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유 전 기획본부장은 검찰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휴대전화를 자택 밖으로 던졌고, 검찰이 발견하지 못한 해당 휴대전화는 경찰이 찾아냈다.
 
이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정 부실장은 "통화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정 부실장은 성남시 정책실장으로 있으면서 대장동 관련 문건을 결재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민간사업자에게 개발이익을 몰아줬다는, 특혜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정책실장은 시장 바로 아래의 위치였던 만큼 그의 혐의를 입증할 단서가 확보된다면 윗선 수사 동력이 살아날 수도 있다. 다만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점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검찰은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불리는 로비 의혹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 위기를 넘기게 도와주고(알선수재 혐의) 아들이 화천대유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 원(실수령 25억 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검찰 결론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화천대유에서 고문으로 활동했으며,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던 딸의 대장동 아파트 분양 관련 의혹 등이 제기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도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 후보가 경지도지사로 재직할 때 무죄가 확정된 선거법 위반 사건의 주심 대법관이었던 권순일 전 대법관의 사후수뢰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그는 2020년 9월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하며 월 1,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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