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심일보 대기자] 지난 2012년 11월 23일 밤, 안철수 대선후보는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이튿날인 24일, 조광희 안철수캠프 비서실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안 후보가 사퇴 발표 기자회견장으로 가기 직전에 참모들에게 “제가 대통령 후보로서도 영혼을 팔지 않았으니, 앞으로 살면서 어떤 경우에도 영혼을 팔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겼다”라고 말했다고 썼다.
 
안철수의 이같은 말은 단일화 협상이 양보 없는 교착상태로 치달으면서 자신이 내건 원칙과 충돌하는 상황에 직면했으며, 결국 자신과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상대에게 양보하는 선택을 했음을 표현한 말로 해석됐고 '영혼을 팔아서라도 일등만 하면 된다'는 정치판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안철수의 ‘영혼을 팔지 않았다’는 발언은 당시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협상 초기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한 말을 떠올리게 한다고 당시 한 언론은 지적했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는 11월6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단독회동을 갖고 ‘후보등록 마감 전 단일화’ 등 단일화 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협상 초기인 8일 문재인 후보가 ‘새로운 정치 공동선언문’ 작성 실무팀의 협상과 관련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말해, 구체적 협상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시사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대원칙에 공감하면서도 세부적 논의에서 조정하기 힘든 갈등이 생겨나 협상이 좌초하는 국면을 이르는 서양 속담이다.
 
이후 안철수는 종교를 믿지 않으면서도 ‘영혼’을 드물지 않게 언급해왔다. 그가 2005년 펴낸 책 제목은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였다. 
 
정치 입문 10년차 안철수가 세 번째 대선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지난달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란 질문에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 절박하다. 그런데 다른 후보들은 그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안 돼 있다. 지금을 위해 하늘에서 그동안 나를 준비시키고 시련을 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안 후보 목표는 뭔가란 질문에는 "당선이 목표다. 나로 정권교체하기 위해 나섰다. 정권교체가 안 되면 우리나라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섬뜩한 나라가 되고 만다. 정권교체 없이는 앞으로 제대로 망한다.”라고 했다. 후보단일화를 하라는 여론이 높아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국민의 선택으로 정권교체를 바라는 단일 후보가 돼서 대선에서 꼭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대선까지는 3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앞으로 살면서 어떤 경우에도 영혼을 팔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겼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정권교체가 안 되면 우리나라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섬뜩한 나라가 되고 만다'는 주장이 지금도 유효하다면 영혼을 팔지 않는 '정치인 안철수' 모습을 보여 줬으면 싶다.
 
누가 정권교체의 적임자인가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일등만 하면 된다'는 추한 모습의 안철수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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