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웅 회장
[정재원 기자] 광복회장 취임 후 친일파 청산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여온 김원웅 회장이 비자금 의혹으로 결국 퇴진했다.
 
김 회장은 16일 자진 사퇴하며 "사람을 볼 줄 몰랐고 감독 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이라며 측근 비리로 인해 물러나게 됐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도 "저는 반평생을 친일 청산에 앞장서 왔다. 친일 반민족 언론 조선일보와 대척점에 서서 싸워왔다. 그 조선일보, TV조선에 의해 제가 무너지는 것이 더 가슴 아프다"며 비자금 의혹 보도를 제기한 언론사에 불만을 표했다.
 
2019년 6월 취임한 김 회장은 2020년 광복절을 계기로 친일파 청산 논란의 전면에 등장했다. 
 
김 회장은 2020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신태영 전 국방장관을 겨냥해 "서울현충원에서 가장 명당이라는 곳에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자가 묻혀 있다. '조선청년의 꿈은 천황 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야스쿠니신사에 묻혀 신이 되는 것이다'란 게 그가 한 말"이라며 "이런 친일 반민족 인사 69명이 지금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다"고 말했다. 이후 군 관련 단체 등이 김 회장 발언에 반발했다. 이를 계기로 친일파 국립묘지 파묘 논란이 정치권까지 확산됐다.
 
김 광복회장은 같은 달 20일에는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 중 72%가 표절이라며 애국가 교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김 회장이 친일파 청산 여론을 주도하자 광복회 내부 균열이 발생했다. 광복회 내 보수 성향 인사들이 김 회장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지난해 4월11일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102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선열추념식 당시 광복회원 김임용 씨가 김 회장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고 수차례 김 회장의 몸을 흔들었다. 김 씨는 임시정부 입법기관인 임시의정원에서 의장을 지낸 당헌 김붕준 선생의 손자다.
 
이에 광복회는 5월14일 품위 유지 의무 위반, 광복회장실 무단침입, 광복회원 명예 실추(광복회장 멱살잡이 등) 행위 등을 이유로 김임용 씨를 제명했다.
 
나아가 김 회장 반대파인 광복회 개혁모임과 광복군 제2지대 후손 모임인 장안회는 지난해 6월15일 김 회장의 모친인 전월선(全月善) 씨가 독립유공자 전월순(全月順) 씨와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훈처는 같은 해 7월 독립유공자 공적검증위원회를 열고 장안회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 회장에 대한 공격은 이어졌다. 6월28일 김 회장 반대파인 이문형 '광복회 개혁모임' 대표가 이 모 씨, 차 모 씨 등과 함께 회장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인분을 뿌렸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자기 견해를 여과 없이 표출했다. 김 회장은 6월21일 경기도 양주백석고에 보낸 영상에서 해방 후 미군이 점령군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논란이 제기되자 "해방 후 한반도에 진입한 미군과 소련군은 각각 포고령을 발표했다. 소련군 치스차코프는 스스로 해방군임을 표방했지만 미군 맥아더는 스스로 점령군임을 밝히고 포고령 내용도 굉장히 고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해방 후 한국의 미군정과 북한 소(련)군정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었다. 
 
반대파 공격에도 친일파 청산 의지를 굽히지 않던 김 회장은 비자금 의혹에 무너졌다.
 
TV조선은 김 회장이 국회 카페(헤리티지815)를 활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지난달 말 보도했다. 광복회 감독 부처인 국가보훈처는 지난 10일 감사 결과에서 김 회장과 광복회가 국회 카페를 활용해 비자금 6,100만 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측근 윤모 부장의 개인 비리라고 주장했지만 김 회장 반대파는 김 회장 해임안을 제출했다. 해임안 표결을 위한 임시총회가 오는 18일 열릴 예정이었다. 임시총회에서 전체 대의원(61명)의 3분의 2 이상인 41명이 찬성하면 해임안이 가결될 상황이었다. 사퇴 압박이 거세지자 김 회장은 16일 전격 사퇴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황규환 선대본부 대변인은 "김 씨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없이 '사람 볼 줄 몰랐다'며 부하직원 탓으로 돌렸다"며 "사퇴의 변이 아니라 국민 우롱의 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보훈처 감사로 파렴치한 행위가 드러난 마당에 언론 모략인 것처럼 등떠밀린 사퇴가 대단한 결심인양 했다"며 "죄를 뉘우치지 않는 김 씨를 순국선열과 독립유공자, 국민께서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변인은 "보훈처 감사로 파렴치한 행위가 드러난 마당에 언론 모략인 것처럼 하고 등떠밀린 사퇴가 대단한 결심인 양했다"며 "사퇴의 변이 아니라 국민 우롱의 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죄를 뉘우치지 않는 김 씨를 순국선열과 독립 유공자, 그리고 국민께서는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수사당국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하고 숱한 일탈에도 침묵한 청와대와 민주당 역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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