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으로 근무한 정민용 변호사에게 100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7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확보한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씨는 2020년 10월 3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노래방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와 정 회계사를 만나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논의한 결과를 공유하며 “민용이도 100억”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전 직무대리가 “민용이는 고생 많이 했습니다”라고 맞장구를 쳤고, 김 씨는 “그건 욱이가 정리하기로 한 거야”라며 정 변호사에게 지급할 100억 원을 남 변호사가 부담하기로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날은 김 씨가 유 전 직무대리에게 “그동안의 기여를 감안해 700억 원 정도를 지급하겠다”며 ‘700억 뇌물’을 약속한 날이다.
 
검찰은 정 변호사가 대장동과 성남 1공단의 결합개발을 분리하는 데 기여한 대가로 100억 원을 약정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 회계사는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서 “정 변호사가 공사에 들어가(입사해) 공사가 확정이익을 가져가는 방식이 반영되도록 밀어붙여 확정이익으로 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고 했다. 또 “기존 ‘성남 대장동·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에서 1공단을 떼어내 결합개발이라는 말을 없애버리고, 직접 2016년 1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독대해 결재를 받아냄으로써 큰 역할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당초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대장동 개발사업과 성남 구도심에 위치한 1공단 부지 공원화 사업을 결합해 개발하겠다며 2015년 2월 공모지침서를 배포했다. 그해 5월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와 사업협약을 맺을 때도 결합개발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하지만 1공단 개발을 추진했던 기존 사업자가 성남시와 법적 분쟁을 진행하고 있어 화천대유 입장에서는 금융기관의 대출 등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민간사업자들은 ‘1공단’ 구역을 떼어내는 방식을 고안했고, 정 변호사가 이 같은 개발계획 변경안을 이 시장에게 보고해 결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합개발 시 추가로 필요한 2560억 원의 자금 조달을 피하고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정 변호사는 2020년 9월부터 12월까지 남 변호사로부터 35억 원을 받았고 검찰은 지난해 12월 부정처사 후 수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다만 검찰은 정 변호사를 기소할 당시 약속받은 100억 원에 대해선 뇌물액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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