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심일보 대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한지 일주일 만에 철회하면서 중반전에 돌입한 대선판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 특히 단일화로 정권심판론이 확산되면서 지지율 상승세를 탔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후보는 20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여러분 비록 험하고 어렵더라도 저는 제 길을 굳건하게 가겠다"고 단일화 철회를 선언했다. 
 
21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그간 윤·안 후보 측 인사들은 윤 후보로 단일화하고 안 후보가 새 정부의 총리직을 맡거나 국민의힘과 합당하는 방안 등을 두고 논의해 왔다는 것이다. 안 후보 측은 “지난 주말 사이 안 후보의 심경 변화가 감지됐는데, 단일화에 대한 입장이 그때쯤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 후보는 철회 이유로 윤 후보와 국민의힘의 도를 넘은 행태를 꼽았다. 안 후보는 윤 후보가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으며, 윤 후보측 사람들이 자신의 후보 사퇴설, 경기지사 대가설을 퍼뜨렸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 후보 측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안 후보를 다섯 배 앞서는 상황이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마당에 여론조사 경선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윤 후보는 안 후보와 담판을 통한 단일화를 위해 물밑 협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언론에 따르면 윤 후보 측에서는 국민의힘 장제원·성일종·이철규 의원 등이, 안 후보 측에서는 신재현 선대위 상임고문,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최진석 상임 선대위원장, 이태규 총괄 선대본부장 등이 서로 접촉해왔다. 양측은 이 과정에서 안 후보가 새 정부의 총리직을 맡는 등 내각 구성 방안, 단일화 이후 양측이 합당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이후 안 후보가 오전 10시쯤 회신 전화를 걸어 통화가 연결됐다. 윤 후보는 통화에서 “단둘이 만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윤 후보 측 인사는 “안 후보가 ‘실무자부터 보게 하자’고 하자 윤 후보는 ‘그럼 실무자를 지정해 달라’고 답했다”며 “안 후보가 ‘실무자를 정해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면서 통화는 끝났다”고 전했다. 두 후보 모두 ‘단일화’라는 표현은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윤 후보는 이날 저녁 일정을 모두 비워놨었다고 한다. 그러나 통화 2시간여 만에 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언론에 알렸다 한다.
 
이같은 전후 상황과 관계없이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는 단일화 논의를 계기로 정권교체론을 확산시키며 지지층과 중도층을 결집해 지지율을 끌어올렸지만, 안 후보 입장에선 실제 성과가 없고 오히려 여러 악의적인 소문에만 시달렸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국민의힘이 단일화 철회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추후 단일화 논의가 재개되는 것과 별개로 당장은 국민의힘 책임론이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을 윤 후보의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지만 그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당연히 영향이 있다"며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에는 야권후보간 단일화가 될 거란 기대심리도 들어가 있다. 따라서 이번에 안 후보의 단일화 철회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안 후보에게 엄청난 파괴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안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양당체제를 싫어하지만 자신의 표를 사표로 만들기 싫어 대선 당일 양 진영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 그 때 윤 후보 측이 안 후보에게 준 모욕감에 대한 저항과 분노로 윤 후보가 아닌 이재명 후보를 찍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생각보다 영향이 적을 수 있다"며 "얼마 전 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안철수간 단일화를 했을 때 윤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안 후보의 지지율이 많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대선은 진영 대 진영이기 때문에 단일화 됐을 때 영향력이 클 수 없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특별고문인 김현철 동국대 석좌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말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며 "안 후보가 결국 윤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 선언을 했다. 단일화 실패는 1차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국민의힘의 책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국면이 바뀌어 이제부턴 단일화를 기대했던 많은 국민들 중 특히 실망한 중도표심을 과연 누가 잡느냐가 정말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준석 당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일화 제안을 하다가 갑자기 또 완주 선언을 하셨으면 그 조변석개하는 입장변화에 대한 비판은 안철수 후보님과 국민의당이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한 3선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미 윤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고 대선 구도 틀이 정해졌기 때문에 윤 후보의 지지율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은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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