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속인 심진송
진료소에서 사망 진단을 받고 이틀 만에 다시 '살아나'

대문이 유난히 큰 그 집 앞에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허연 수염을 기른 노인이 입구를 가로막고 서 있었다는 것.

“너 또 여기 왜 왔느냐?”

노인이 꾸짖듯이 진송을 향해 물었다.

“할아버지 집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데...안되나요?”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진송이 말했으나, 노인의 대답은 단호하게 노였다.

“넌 못들어가. 이곳은 때가 됐거나, 죄를 많이 진 사람들이 들어오는 곳이야. 어서 집으로 돌아가거라.”

할아버지의 표정이 워낙 단호해 진송은 뒷걸음질을 치며 나루터로 돌아왔다. 진송은 집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 배를 탔으나, 이번엔 배 밑바닥이 내려앉는 바람에 다시 바닷물에 빠졌다.

“살려줘요! 무서워요!”

진송은 푸른 바닷물에 빠져 허우적대며 살려달라고 소리치다 깊은 잠(?)에서 다시 깨어났다. 진료소로부터 숨이 끊어졌다는 진단을 받은 지 이틀 만에 그녀는 회생했던 것이다.

“두 번씩이나 이상한 세계를 체험한 후부터 나는 조용한 소녀로 변모해 갔습니다. 원래는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이었는데...”

여중시절, 몸이 약해 학교운동장에서 곧잘 쓰러져 양호실로 옮겨지곤 했던 진송은 혼자서 깊은 생각에 빠지는 버릇이 생겼다.

생각에 몰두하다 보니 진송은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다 친구를 만나면 그 친구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너 지금 지난 봄 소풍 때 일을 생각하고 있지?”

어쩌다 교정 느티나무 밑에 마주앉은 급우를 보고 진송이 불쑥 이렇게 말하자 그 친구는 소스라치게 놀란 건 너무도 당연한 일.

“어머 어쩜 얘, 너 어떻게 그걸 다 알 수 있니?”

진송의 이상한 능력은 남의 마음을 읽는데만 그치지 않았다. 학교에서 시험을 칠 때도 영어교과서 몇 페이지에서 문제가 나올 것 같다는 예감이 곧잘 적중하곤 했다.

그러나 진송은 그 같은 현상에 대해 자신에게 초능력이 생겼다기보다는 우연의 일치로 받아들였다.

여고생이 되면서 심진송은 인천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녀는 급우들 사이에서 나이도 어리고 몸도 허약해 ‘종이로 만든 아기’라는 별명으로 통했다.

“그러면서도 이상했던 것은 내가 하는 말들이 예사롭잖게 맞아 들어갔다는 거예요, 모든게 내가 예측했던 대로 풀려 나갔는데도 그게 신비한 능력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어요.”

 
서라벌예대 무용과에 입학.."대학 2학년때 아버지 잃어.."

여고생 심진송은 무용에 소질이 많았다. 학교가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다 동네 전파상 스피커에서 ‘새타령’등의 흥겨운 민요가 흘러나오면 책가방을 든 채로 춤을 추었다.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흥에 겨운 채 둥실둥실 춤을 추곤 했던 그녀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라벌예대 무용과에 입학했다.

“고전무용을 열심히 배웠던 대학 시절엔 여고 때 경험했던 신비한 증상을 느끼지 못했어요, 다만 누군가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지냈어요.”

당시엔 그런 느낌과 믿음이 기독교 집 안인 탓에 하느님 때문인 줄 여겼습니다.“

그런 진송에게 가족에게 큰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대학 2학년 때 심진송은 아버지를 잃은 것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의 정신적인 방황이 시작되었다.

“몸이 약해 고생했던 중학 시절, 아버진 날마다 내 머리를 빗겨 줄 정도로 다정다감하셨어요, 그런 아버지를 여의고 나자 견딜 수 없이 외로움이 밀려왔습니다.”

이후 휴학계를 낸 심진송은 무용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정신의 공백을 메워나갔다.

“그리고 3년 뒤, 어느 날 꿈에 아버지가 불쑥 나타나셨습니다. ‘아버지 여기 웬일이세요?’하고 반가워했더니, 아버진 “너 오늘 우리 집에 가 볼래?” 하면서 앞장서셨습니다.

“우리 아버진 기독교 공원묘지에 묻히셨는데, 꿈에 아버지를 따라 내가 갔던 곳도 무덤을 상징하듯 지붕이 둥그랬어요.”

집에 들어서면서 아버지는 푸념을 하셨습니다. ‘다른 집엔 문패가 있어서 잘 들어오는데, 내가 사는 이 집은 그렇지 못해 외롭고 쓸쓸해...’ 아버지의 한숨소리를 들으며 잠을 깼던 나는 다음 날로 경기도 금촌에 있는 기독교 공원묘지로 달려가 봤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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