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제공)
[정재원 기자] 한미가 최근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한국 군 당국의 앞선 설명을 놓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군이 ICBM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진영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뒤에야 이를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증폭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11일 오전 "북한이 지난 2월27일과 3월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한미의 정밀 분석 결과 2020년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 계기 북한이 최초 공개하고 개발 중인 신형 ICBM 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은 최근 2차례 미사일 시험 발사의 구체 체계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한미 양국은 정밀 분석과 협의를 거쳐 위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며 "국제 사회가 북한의 이러한 미사일 추가 개발에 대해 단합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를 공개하게 됐다"고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발표 내용을 보면 정밀 분석을 통해 ICBM임을 알게 됐다는 뜻이 담겨있지만 실제로는 군이 ICBM 발사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 이는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것이자 2017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ICBM 활동을 재개한 것이 된다. 이 경우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군이 정부 방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관측된 내용을 취재진 등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자 뒤늦게 ICBM 발사 사실을 공개하며 태세를 전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군은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 후 취재진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미사일의 구체적인 종류와 비행 특성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언론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활용한 정찰위성 발사 가능성에 집중해왔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오늘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화성-17 ICBM을 발사한 것으로 보이고 북한은 이미 모라토리움을 파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위원은 "순안 비행장에서 2차례 발사는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ICBM인지 IRBM인지 충분히 식별이 가능한 일인데 당시 합참은 북극성-2형(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처럼 언론에 설명했다"며 "대선이 끝나자마자 ICBM을 공개하는 의도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방부 스스로가 안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번 발사를 ICBM 시험으로 규정하고 모라토리엄 파기로 보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도 나름대로 위성, 특히 군사정찰위성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위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모든 것을 ICBM 개발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모든 것을 거기에 갖다 맞추는 식으로 접근하면 유연한 대응이 불가능해지는데 한미가 바로 그런 식으로 대북 접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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