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재원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제시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BBC는 이날 두 정상간 통화가 끝난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에르도안 대통령의 수석 고문이자 대변인인 이브라임 칼린을 인터뷰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칼린은 전화통화 내용을 들은 몇 안되는 터키 관리들 중 한 사람이다. 
 
종전을 위한 러시아의 요구사항 가운데 '영토 포기'는 우크라이나 측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중재국을 자처한 터키 측이 분석했다. 
 
BBC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30분 남짓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비무장화 △크림반도의 러시아 영토 인정 △분리주의 지역인 자칭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공화국의 독립 인정 등 요구사항이 충족돼야 평화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브라힘 칼린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중립국' 요구사항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포기 의사를 밝힌 만큼 우크라 측에 있어 상대적으로 수용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의 두 번째 요구사항인 '비무장화'는 젤렌스키에 있어 체면이 구겨지는 요소로 작용하지만 여전히 우크라에 있어 수용 가능한 평화안이라고 칼린 대변인은 지적했다. 
 
그러나 젤렌스키가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워할 사안은 '우크라 동부 영토 포기' 요구라고 그는 가리켰다. 
 
칼린 대변인은 "2014년 러시아가 불법 합병한 크림반도를 러시아의 일부로 공식 인정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있어 삼키기에는 쓰라린 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BBC는 "만약 협정이 세부적으로 조율되지 않을 경우 푸틴 또는 그의 후임자들이 언제나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한 구실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휴전은 유혈 사태를 막는다 해도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푸틴이 신나치주의에 대한 '영광스러운 승리'를 선언하면서 우크라이나와 합의를 이끌어 내더라도 그의 입지는 자국에서 약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대중은 그가 과민 반응했다는 것을 점점 더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BBC는 푸틴 대통령의 이런 요구들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잔혹한 전쟁을 벌일 만큼 가치가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내용으로 양국간에 휴전 합의 등이 이뤄질 경우 러시아는 자신들의 승리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경우 푸틴 대통령과 그 후임자들이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구실로 사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어려울 수 있다. 더욱이 휴전으로 유혈사태가 멈추더라도 평화협정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칼린 대변인은 의혹이 짙어지고 있는 푸틴의 정신 상태와 관련해선 이상한 점은 "전혀 없었다"면서 "푸틴은 자신이 말한 모든 것을 분명하고 명확하면서 간결하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이 4주 차로 접어드는 가운데, 급물살을 탈 것처럼 보였던 평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그간 평행선을 달리던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끝내 나토 가입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자 휴전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지만, 지난 14일 시작된 4차 휴전 협상은 구체적인 성과를 못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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