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를 지명한 것을 두고 청와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진실 공방을 벌이면서 양측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동안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고위직 인사권 행사를 둘러싼 갈등이 두 사람 회동 파행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한은 총재 후보자 지명으로 갈등이 완화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한은 총재 후보자 인선에 청와대는 후보자 지명 과정에서 윤 당선인 측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지만 곧바로 윤 당선인 측이 "청와대와 협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갈등이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두고 정면으로 부딪친 배경에는 감사원 감사위원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작용했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에 현재 공석인 감사위원 2명 중 1명을 문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의 주장을 현 정권에 대한 감사 시도 자체를 막으려는 ‘방탄’ 인사로 규정,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장을 포함해 총 7명으로 구성. 현재 감사위원 중 김인회, 임찬우 위원은 ‘친민주당’ 인사로 분류. 최재해 감사원장은 문 대통령이 임명. 문 대통령이 감사위원 1명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면 현 정권과 관련된 인사가 감사위 과반(7명 중 4명)을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새로운 정권 출범 이후 지난 정부에 대한 감사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에 인수위 측은 "현 정권이 관련 위원들의 의결정족수를 확보해 문재인 정권과 관련한 감사 안건 통과를 저지하려는 시도"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야권 관계자는 "당초 모두 위임할 뜻을 시사했던 청와대가 감사위원 1명의 자리에 대한 인사권 행사로 입장이 선회한 것으로 안다"며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불가 입장을 보인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윤 당선인의 공약과 정책에 대해서 함구령을 내린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관련한 언급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인사권 갈등 이후 문 대통령이 회동을 공개 제안했음에도 당선인 측에서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반대로 윤 당선인 측에서는 문 대통령의 회동 제안에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용산 집무실 이전을 문제 삼은 상황에서 회동에 임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주요직 인사권 행사 문제와 용산 집무실 이전 문제 등 여러 갈등 요소가 엎친 데 덮친 식으로 꼬이면서 양측 실무협상 당사자들은 추가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한은총재 임명을 두고 집무실 용산 이전 구상에 제동이 걸린 윤 당선인 측이 재차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권과 이명박 전 대통령(MB) 사면론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자 청와대가 인사 카드로 '되치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내고 있다. 비교적 대립이 적었던 한은 총재 후보자를 발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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