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시기준 코로나19 신규확진자수가 18만7,213명으로 집계된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줄서 기다리고 있다.
[신소희 기자]  코로나19 누적확진자 1,200만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간이 지나도 후유증이 계속되는 '롱 코비드'(코로나 감염 후유증)를 겪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계속되는 확진세로 국내 누적확진자가 1,2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자가격리 해제 후에도 일상에서 후유증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불안·우울감도 후유증
 
코미디언 박명수는 지난 27일 KBS 라디오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격리 해제 후에도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털어놨다. 
 
2차 백신 접종까지 마친 박명수는 지난 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박명수는 "코로나가 완치된 지 3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코맹맹이 소리가 난다. 기침이 나고 답답하다. 지금도 약을 먹는다. 쉽게 볼 게 아니다. 무증상이거나 가볍게 지나가면 천만다행이다. 정말 아프다"고 토로했다.
 
50대 여성 신모 씨는 26일 오미크론을 단순히 독감 취급한다는 이야기에 마음 놓고 있다가 호되게 당했다고 설명했다. 신 씨는 “격리 해제된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너무 피곤해서 일상생활이 힘들고 아직도 목이 잠겨서 돌아오지 않았다”며 “서서히 증상이 사라지고는 있지만 격리 기간과 상관없이 기침, 가래, 두통 등 증상이 있어 확진자 본인이 느끼는 후유증은 더 오래 남는다”고 토로했다.
 
지난 14일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여성 김모 씨 역시 격리해제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증상을 겪고 있다. 
  
김 씨는 "잔기침과 전신 피로감으로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틀 정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에 시달렸는데, 그 후 갑자기 생리를 일주일 일찍 시작하게 됐다"며 "후유증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격리 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하다 출근했다는 이모(27) 씨는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감을 느껴 업무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이 씨는 “격리할 때는 집에만 있으니까 잘 몰랐는데 막상 업무에 돌입하고 보니 체력이 전과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격리 이후 일주일까진 머리도 어지럽고 속도 울렁거리는 느낌이어서 약국에서 약을 지어 먹었다”고 말했다.
 
김모(26) 씨는 일반적인 코로나19 증상과 다른 후유증 증상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손이 갑자기 건조해지고 각질이 일어나서 하루 종일 지속적으로 핸드크림을 바르고 장갑을 끼고 있다”며 “격리가 끝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증상이 생각보다 오래가서 일상생활 복귀가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SNS 등 온라인 상에도 격리해제 이후 증상이 지속된다며 호소하는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지역 맘카페 네티즌은 "숨가쁨, 잔기침, 두통, 불면증이 계속 되고 있다. 딸은 확진 후 생리 양이 늘어서 큰일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확진 후 후각은 며칠 안에 돌아왔지만 미각이 사라졌다. 병원에서 스테로이드제를 강하게 쓰는 처방이 필요하다고 해서 현재 치료 중이다. 아이는 격리해제 후 일주일 만에 대상포진이 왔다"고 전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항생제와 기침약도 끊었는데 일주일째 계속 설사를 한다. 지사제를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롱코비드 환자↑…데이터 공개해야”
 
 
WHO는 코로나19 감염 후 후유증이 3개월 이내 발생해 최소 2개월 동안 지속되는 증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롱 코비드'의 증상은 심한 피로, 흉통, 심근염, 두통, 건망증, 우울증, 후각 상실, 발열, 설사, 귀 울림 등으로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단순한 물리적 고통뿐 아니라 불안감, 우울감, 무리력함 등 정신적 고통도 수반한다는 점에서 방역당국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위험군·중증·입원환자는 ‘롱코비드’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 격리기간이 끝나더라도 지속적으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정부의 의뢰를 받아 코로나19 완치자 47명의 후유증에 대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완치 후 한번이라도 후유증을 경험한 사람은 전체 87.2%로 나타났다. 후유증 중에서는 피로감 57.4%, 운동 시 호흡곤란 40.4%, 탈모 38.3%, 가래 21.3% 순이었다.
 
전문가는 현재 우리나라의 진료체계에서는 후유증을 빨리 치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시 0.2~2% 정도의 대뇌피질이 축소하면서 후각, 인지기능 등에 손상이 생긴다. 그래서 경증 환자들도 기억력이 떨어지고 냄새를 못 맡는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빨리 치료했다면 이런 증상들이 적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진료 체계로는 빨리 치료할 수도 없고 환자들이 각자도생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에서 느끼기엔 치료제도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지럼증, 이명, 생리불순, 심근염 등 후유증 관련한 국내 데이터를 정부가 발표한 적이 없다. 국민들에게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알려서 인지를 시키고 불안감을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어면서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한 검사비 등은 건강보험으로 인정해줘야 한다. 일정 기간은 코로나에 대한 산정특례 방식으로 혜택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천은미 교수는 “코로나 후유증뿐만 아니라 백신 부작용 등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 많은데, 정부가 데이터를 풀어주지 않아 해외 데이터만 인용하는 실정”이라며 “카타르나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데이터가 많이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미국, 영국, 이스라엘 데이터만 갖고 분석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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