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문재인 정부 초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인사들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선 이후 강제수사가 진행된 만큼 검찰의 칼끝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주요 여권 인사로 향할지 주목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최형원 부장검사)는 지난 27일 한국 남동·남부·서부·중부 발전 4개 본사와 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에너지공단·한국광물자원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 본사 4곳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앞서 25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사흘 만에 발전 자회사 본사 4곳과 해외자원개발 관련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곳을 압수수색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진행됐다. 지난 2019년 1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이인호 전 차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본격적인 수사가 3년2개월 만에 이뤄진 셈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이후에 관계자를 불러 사퇴하게 된 배경과 외부 압박이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대선 이후 갑작스럽게 진행된 압수수색을 두고 여권에서는 정치보복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전날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동부지검에서 압수수색을 했다는 보고를 받고 '참 빠르네'라고 표현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1월 대법원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교체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징역 2년이 확정된 만큼 본격 수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서 사표를 받거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고,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법조계에서는 앞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한 결을 보이는 사건인 만큼 비슷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동부지검에는 ▲청와대 특감반 330개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국무총리실·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교육부 산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등 사건이 접수돼있다.
 
해당 사건의 피고발인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이름이 올라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청와대를 비롯한 전 부처에 걸쳐 자행된 블랙리스트 사건"이라며 "정권이 바뀐 만큼 수사는 정상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동부지검 한 관계자는 "지난 1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 후 유사 사건에 대한 수사"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