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침공 이틀째인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영상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젤렌스키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정재원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현지시간 29일 오전 10시께 터키에서 대면으로 5차 협상을 앞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매체들과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인에게 직접 평화를 촉구하면서, 전쟁에서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저명 언론인 5명과 인터뷰를 가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평화 협정 조건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인터뷰한 언론인은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의 드미트리 무라토프 편집장, 러시아 신문 코메르산트의 블라디미르 솔로프요프 기자, TV 라인의 티혼드쟈드코 기자, 유명 기고자 미하일 지가르, 메두자의 이반 콜파코프 기자 등이다.
 
인터뷰가 모두 발행된 건 아니다. 노보야 가제타와 코메르산트는 러시아 검열법에 따라 발행이 금지됐으며, 다른 매체도 러시아에서 출간이 금지된 상태다.
 
러시아에서 TV 라인이나 메두자 웹사이트에 접속하려면 VPN이 필요하다. 노보야 가제타는 이날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 법 위반 2차 경고를 받았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 발행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 나선 건 공식 매체 웹사이트 등이 아니더라도,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인터뷰를 러시아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5차 협상을 앞두고 러시아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가르 기자의 유튜브에 게재된 젤렌스키 대통령 인터뷰는 조회수 11만2,000회를 넘어섰으며, 텔레그램을 통해서도 공유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인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포기하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직접 러시아어로 연설하며 호소하기도 했다.
 
침공 직후 발표한 연설에선 "러시아인들이 전쟁을 원하는 것인지 답을 듣고 싶다"며 "그 답은 오직 러시아 시민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며 러시아어로 전달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중립국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대신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방향으로 러시아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립국화 합의는 피난 국민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주둔 중인 이상 투표를 진행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해서도 러시아와 타협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러시아와 협상에서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는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가능한 한 많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려고 시도 중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하고 서방이 안보 보증인이 된다는 조건은 동유럽에서 러시아 영향력 확대라는 푸틴 대통령의 초기 목표와 상충한다.
 
인터뷰로 더 많은 러시아인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러시아인은 러시아 국영 매체를 통해 기사를 접하고 있으며, 해당 매체가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는 이상 이들에게 젤렌스키 인터뷰가 전달되기는 어렵다.
 
메두자나 TV 라인을 구독하는 이들은 반정부 성향을 갖고 있는 만큼, 이미 전쟁에 반대하거나 젤렌스키 대통령 관점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현지시간 29일 오전 10시께 터키에서 대면으로 5차 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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