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합병(M&A) 의사를 밝힌 후부터 그룹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널뛰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금여력'과 에디슨모터스가 제기한 '가처분신청' 등을 고려할때 쌍방울의 인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자동차 및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쌍방울은 특장차를 제조하는 계열사인 광림을 통해 컨소시엄을 구성,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공식화한 상태다. 현재는 쌍용차 매각주간사 EY한영회계법인에 구두로 인수의향을 밝혔고 이번 주 중 인수의향서(LOI)를 낼 것으로 전해진다. 
 
4월 5일 오후 2시 2분 기준 쌍방울의 계열사 나노스는 전장보다 22.12% 하락한 5,14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아이오케이(20.14%), 비비안(20.48%), 미래산업(12.11%) 등 다른 계열사들의 주가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들 주가는 모두 이날 장중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시각 쌍방울과 광림은 각각 1.91%, 4.93% 오른 가격에 시세를 형성했다.
 
쌍방울그룹주들이 개장 직후 급락한 것은 쌍용차 인수자금 조달에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앞서 쌍용차의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됐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회사 협력체)은 상거래 채권단이 제시한 최소 채권 변제율 40~50%를 맞추지 못해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쌍용차의 채무 변제에는 최소 5,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경영 정상화까지 고려하면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이를 반기면서도 에디슨모터스와 같은 전철을 밟진 않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앞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쌍용차 인수 성공을 위한 자금마련을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불발되면서 상장사 에디슨EV의 주가가 급락했다. 에디슨EV는 인수 기대감에 지난해에만 약 1200% 상승했는데, 현재 거래정지 상태인데다 상장폐지 우려마저 제기된다. 
 
쌍방울그룹의 인수 성공도 '인수자금 마련' 여부에 달렸다. 
 
에디슨을 강하게 반대했던 상거래 채권단이 최소 40~50% 변제율을 요구하는 만큼 변제에 5,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쌍방울그룹 측은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섰을 때 우발 채무 등을 고려해 최대 2,000억 원대 자금 조달계획을 세워뒀다며, 5,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채무 변제에 경영 정상화까지 1조 원은 있어야 쌍용차를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쌍방울그룹의 연간 매출은 4,400억 원이다. 기존에 인수를 추진했던 에디슨모터스(약 900억 원)에 비해 규모가 크지만 매출 2조 원대 쌍용차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역시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는다.
 
아울러 핵심 인수 주체인 광림과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나노스와 아이오케이 등이 순손실을 내는 점도 부담이다. 광림은 지난해 영업이익 113억 원을 냈지만 순손익에서는 230억 원 적자를 내고 있다. 나노스 역시 영업손실 29억 원, 순손실 276억 원을 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제2의 에디슨모터스'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아울러 에디슨이 제기한 쌍용차와의 계약 해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법조계는 에디슨이 패소할 확률이 90% 이상일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인수 의향 기업 입장에서는 10%도 리스크라고 여겨 중간에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알 수 없다. 다만 쌍방울의 경우 해당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에디슨과 협력해 쌍용차를 인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SM그룹과 이엘비엔티가 인수전에 재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SM그룹은 인수전 참여를 부인한 상태다.
 
한편 쌍용차는 오는 10월15일까지 새 주인을 찾아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 인가를 받는 '인가 전 M&A'를 추진할 수 있다.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쌍용차는 오는 14일 개선기간 종료 후 상장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