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발언하고 있다.
[심일보 대기자] “(총리직을 맡았던) 15년 전 기준을 충족시켰다고 해서 이번 도덕성 기준을 통과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도덕성 검증은 문재인 정부가 주로 해왔던 7개 인사 검증 기준을 따를 것이다. 장관들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지켜왔던 인사 검증 원칙을 제대로 적용해서 검증할 것이다”
 
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윤석열 정부 첫 내각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관련해 한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년 임기 중 야당 동의 없이 역대 최다인 34명의 장관급 인사 임명을 강행해 스스로 7대 원칙을 유명무실화시켰다. 오늘자 조선일보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조명래 환경부, 박양우 문화체육부, 문성혁 해양수산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위장 전입 의혹이 제기됐고, 최정호 국토교통부, 진영 행정안전부, 조동호 과기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차명 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최정호 국토부, 박양우 문체부,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편법 증여, 세금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조동호 후보자는 두 아들의 병역특례, 연구비 횡령 의혹까지 겹쳤고 결국 문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했다."고 짚었다. 여기에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자는 법안을 발의(홍영표 의원)하기도 했다. '내로남불 정권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7대 기준’ 검증 방침에 대해 “문재인 정권에서조차 한 차례도 지켜지지 않으면서 민주당이 자신의 손으로 폐기 처분한 지 오래”라며 “완전한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좀 지난 코미디 같은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다. 지난해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가 낙상사고 당시 상황을 전화로 공개했다. 이 후보는 13일 저녁 경남 거제시 옥계해수욕장 오토캠핑장에서 지역 예비부부와 함께하는 '명심 캠프' 토크쇼 도중 아내 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씨는 "여보세요, 어 자기야"라며 전화를 받았고, 이 후보가 "당신이 두 번 만에 받아줘서 다행이다"라고 답하자 두 사람 모두 웃었다. 
 
한 참석자가 "다친 데 괜찮냐"라고 묻자, 김씨는 "괜찮다.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제가 좀 다쳐보니까 정말 옆에서 이렇게 보살펴주는 남편이 있다는 게 너무 좋은 것 같다"며 "내가 잠시 기절을 했었는데 눈을 딱 뜨는 순간 우리 남편이 저기서 막 울고 있는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상상이 안 가시죠. 그래서 좀 뭉클했어요"라고도 했다. 
 
당시 이같은 뉴스를 접하면서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란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 어쨌건 이재명 후보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민심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분전 끝에 고배를 마셨다. 
 
이에 또 눈물을 흘린 이가 등장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대선 이후 심경을 묻는 질문에 "마음의 정리가 아직 안 됐다"며 "문득문득 막 혼자서 울고, 그러고 있다"고 밝혔다. 코미디 후속편을 본 느낌이었다.
 
이 대목에서 좀 오래된 얘기를 해야겠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직계 서자 포함해 아들 다섯과 딸이 둘 있었다. 다섯 아들 가운데 셋이 전장에서 전사했으며 그중 셋째 이면은 자신이 지휘하는 전쟁에서 왜적의 총탄에 전사하자 다음과 같이  일기를 썼다.
 
"1593년 10월14일 신미 일. 맑음. 저녁에 사람이 천안(天安)에서 와서 집안 편지를 전했다. 열어 보기도 전에 몸이 먼저 떨리고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정신없이 뜯어보니 겉봉에‘통곡’두 글자가 쓰여 있는 것을 보고 면(셋째 아들)이 전사한 것을 알았다. 나도 모르게 간담이 떨어져 목 놓아 통곡하고 통곡했다. 하늘은 어찌 이렇게 어질지 않단 말인가. 내가 죽고 네가 살아야 마땅한 이치거늘 네가 죽고 내가 살다니 어찌 이렇게도 어그러진 이치가 있겠는가. 천지가 캄캄하고 밝은 해도 빛을 잃었다.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남달리 영특해 하늘이 이 세상에 머물러 두지 않은 것이냐. 내가 지은 죄 때문에 화가 네 몸에 미친 것이냐. 지금 내가 살아 있은들 장차 뉘게 의지 한단 말인가. 부르짖으며 슬퍼할 뿐이다. 하룻밤을 보내기가 한 해 같다."
 
문득 삼불고(三不顧)라는 말도 떠오른다. 처자불고(妻子不顧), 가사불고(家事不顧), 생명불고(生命不顧)를 말 함이다. 처자와 집안 일 더불어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애국을 했던 독립투사들의 생활신조였다.
 
언감생심 이순신 장군을 닮고 독립투사를 닮으란 얘기가 아니다. 지난 5년 내로남불로 지탄받아 빼앗긴 정권이 못내 아쉽고 분해 트집잡는 것이 아니라면 제발 코미디 같은 '눈물 쇼'는 하지 말았으면 싶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봐서라도 말이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